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20만~30만원대 ‘명품 우산’ 써보셨나요

등록 2013-10-01 19:52수정 2013-10-01 20:45

우산제조업체 두색하늘의 송주홍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목동산업단지 안 회사 사무실에서 벨벳과 특수 종이 원단으로 만든 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우산을 펴 보이고 있다. 가평/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산제조업체 두색하늘의 송주홍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목동산업단지 안 회사 사무실에서 벨벳과 특수 종이 원단으로 만든 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우산을 펴 보이고 있다. 가평/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우산제조업체 두색하늘
돈 주고 우산 사는 이들이 드문 요즘 ‘명품 우산’이 과연 시장에서 통할까. ‘두색하늘’이 만든 우산을 써보면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긴 우산이든 접는 우산이든 모두 가볍고, 걸림쇠가 없어서 우산을 펴고 접을 때 손가락을 다칠 염려도 없다. 영화 ‘셀부르의 우산’ 소품으로 어울릴 것 같은 노란 우산부터 벨벳과 특수 종이로 만든 패션 우산까지 다양하다.

조립부터 바느질까지 ‘핸드메이드’
벤츠 등 VIP용 사은품으로 납품
“품질 안되면 저가 중국산 못당해”
국내 유일의 우산 업체로 남아

부품 만들다 원청업체 횡포에 질려
완성품 제조 나서 혁신 거듭
최근 수출용 명품우산 개발 박차
“패션 상품으로서 길 열려 있어”

경기도 가평 목동산업단지에 있는 우산제조업체 두색하늘이 만든 명품 우산은 벤츠와 아우디 같은 고급 수입차와 이탈리아산 고급 양복 키톤, 그리고 은행·호텔 등의 ‘브이아이피(VIP)’용 사은품으로 납품된다. 모두 20만~30만원대의 고가 제품이다. 우산대 및 우산살 조립에서부터 우산천 바느질까지 전부 ‘핸드메이드’다. 그렇다고 이 회사 제품이 모두 고가인 것은 아니다. 일반 기업체 사은품용으로 2만원대 제품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되지는 않는다. 값싼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만난 송주홍(68) 대표는 “중국산 제품과 저가 경쟁을 한다면 품질을 지금처럼 유지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산은 한 때 가발, 의류, 봉제인형 등과 함께 한국의 주력 수출품 가운데 하나였다. 1980~1990년대에 대구에만 600여개의 제조업체가 있을 정도로 잘 나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값싼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우산 제조업체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품질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탓에 가격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한 해 유통되고 있는 6000여만개의 우산 가운데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ㅎ사와 ㅅ사 등 잘나가던 제품들도 지금은 모두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죠. 품질로 차별화하지 못하면 인건비가 싼 중국산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요.” 송 대표는 “현재로서는 두색하늘이 국내 유일의 우산 제조업체인 셈”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가 우산 제조에 나선 것은 1990년대였다. 대학을 중퇴한 뒤 자동차 부품 제조업으로 돈을 좀 벌다가 난 데 없이 화재 사고를 당했다. 그 때 후배의 제안으로 우산 손잡이를 만들어 납품하다가 아예 완성품 제조에 나섰다. “원청업체들의 횡포가 정말 심했어요. 제품을 납품하면 6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질 않나, 부도를 내고 도망가질 않나. 그래서 아예 원청업체로 나섰죠.” 척박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송 대표는 철제 우산대·우산살 대신 낚싯대나 골프채에 쓰이는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가볍고 빗물에 녹슬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다. 또 걸림쇠를 없애는 등 제품 혁신에 집중했다. 송 대표가 갖고 있는 관련 특허만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판로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사은품 시장을 겨냥해 송 대표가 직접 영업을 뛰었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제품보다는 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연줄이 판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일단 한번 써보라고 하면서 물건을 던져놓다시피하고 나왔죠.” 그러던 어느 날 벤츠코리아에서 연락이 왔다. 고객 사은품용으로 고급 우산 500개를 납품해달라는 것이었다. 송 대표는 뛸 듯이 기뻤다. 벤츠에 납품한 제품이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고가 사은품 시장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송 대표는 정부 포상 뒤 연구개발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해당 부처 공무원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3억원을 신청했는데 1억원만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현금이 아니라 법인카드로. 소규모 공장에서는 현금 거래를 많이 하는데 카드를 주니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나마 1억원 가운데 일부를 떼어 장학금으로 내라고 하더군요.” 송 대표는 그 뒤로 정부 지원은 꿈도 꾸지 않는다.

두색하늘은 최근 명품 브랜드 ‘슈룹’을 만들고, 수출용 명품 우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룹은 우산의 순우리말이다. 1차 목표는 유럽 시장이다. 유럽은 동아시아처럼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 우산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패션 상품으로서의 길은 열려 있다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송 대표는 “나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으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의 생색내기식 지원에 기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말했다.

가평/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