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동반성장위 김종국 사무총장
중기청 재직때 재래시장 업무
지원 법률 제정 참여 등 활동
중기청 재직때 재래시장 업무
지원 법률 제정 참여 등 활동
‘일반회사 사장은 직원이 3명만 돼도 벤처기업가라고 부르는데, 왜 재래시장 상인들은 기업가라고 부르지 않을까?’
지난 6월 취임한 김종국(사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10여년 전 중소기업청에서 처음 재래시장 업무를 맡았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선배나 동료들이 한직이라는 이유로 1년만 지나면 그만두려는 재래시장 업무를 4년 가까이 맡으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상인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만난 상인들은 여느 벤처기업가보다 더 ‘벤처’다웠다. 그래서 그는 상인들을 ‘골목의 전문경영인(CEO)’이라고 부른다. 그가 이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지난 7월 출간한 책의 제목도 <나는 골목의 시이오다>였다.
김 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재래시장 전문가다. 2004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여야 합의로 재래시장 지원을 위한 법을 만들기로 했을 때 실무자로서 법률 제정 작업에 참여했다. 40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을 만드느라 국회에서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했다. 그해 7월 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뒤이어 ‘전통시장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정부 지원으로 처음 열었는데, 개막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한 상인은 시상식이 끝난 뒤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장사하면서 이렇게 대접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재래시장 업무를 맡은 것에 큰 보람을 느꼈지요.”
이듬해에는 한 방송사 피디를 찾아가 재래시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촬영을 나간 날 방송사 제작진이 시장에서 육회비빔밥을 먹고 탈이 나는 바람에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될 뻔한 일화도 있었다. 이 재래시장 프로그램은 지금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갈수록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강소상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혁신이다. 혁신은 꼭 거창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번 찾아온 손님들의 관심사나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을 적어 놓은 뒤 다음에 만날 때 이야깃거리로 활용한다거나, 과자의 포장 크기를 다양화해 손님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된다는 것이다. 노하우가 쌓이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재래시장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등 좀더 큰 것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 총장은 ‘절실함과 성실함’을 필수 덕목으로 추가한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절실함과 손님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성실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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