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굴이 껍데기에서 살만 발라낸 뒤 유통된다. 이 때문에 산지 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사진은 중앙씨푸드 ‘박신장’(굴을 까는 곳)의 모습.
‘제철 맞은 굴’ 출하 본격화
간이화장실 보급 등 노력으로
노로바이러스 검출 악재 벗고
불안한 소비자 심리 고려해
방사능·비브리오균 등 검사 겹겹
“채취부터 포장·검사까지…
위생관리 전보다 엄격해져”
간이화장실 보급 등 노력으로
노로바이러스 검출 악재 벗고
불안한 소비자 심리 고려해
방사능·비브리오균 등 검사 겹겹
“채취부터 포장·검사까지…
위생관리 전보다 엄격해져”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7일 경남 통영시 굴수하식수협 공판장에서 올 가을 첫 생굴 경매인 ‘초매식’이 열렸다. 지난해 노로 바이러스 검출로 잠시 잃었던 ‘청정해역’ 지위를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되찾았고, 수확량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수산물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다. 초매식에서 낙찰가격은 10㎏ 평균 5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떨어졌다가 이튿날에는 6만5000원으로 반등했다. 아직 섣부른 예측은 이르다. 남해안 일대가 기대와 불안 속에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굴을 키우는 건 10할이 바다 굴은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가장 적은 수산물로 꼽힌다. 굴의 수정란이라고 할 수 있는 유생은 바다를 떠다니다 바위 등에 붙어야 굴로 성장한다. 굴 양식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유생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바다에 굴, 가리비 등의 껍데기를 늘어뜨려 유생이 쉽게 달라붙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거의 전부다.
껍데기에 유생이 자리를 잡으면 수심이 얕은 바닷가로 옮겨진다. 간만의 차이에 따라 숨을 쉬고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물속과 그렇지 못한 바깥을 번갈아 겪으며 유생은 단련된다. 손가락 1마디 정도 크기의 굴로 자라면 깊은 바다로 옮겨진다. 바닷속 플랑크톤 등을 먹이삼아 영양을 섭취한다. 껍질이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라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수확기다.
수많은 섬과 불규칙하고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뤄진 남해안은 굴의 서식지로 최적이다. 경남 통영·거제·고성 앞바다가 우리나라 전체 굴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 프랑스의 ‘위트르’, 한국의 ‘생굴’ 프랑스 파리에서는 날이 추워지면 수많은 레스토랑과 노천 카페 앞에 ‘위트르(hu<00EE>tre·프랑스어로 굴)’라고 쓴 간판이 걸린다. 얼음을 채운 바에 굴을 올려놓고 파는데, 굴 껍질이 양쪽 모두 붙어있다. 요리사가 즉석에서 한쪽 껍질을 떼어내면 레몬과 양파 등으로 맛을 낸 소스를 살짝 끼얹어 화이트와인과 함께 즐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는 굴을 이런 방법으로 많이 소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지를 가지 않는 한 기껏해야 한쪽 껍질만 남긴 석화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굴이 이매패(껍질이 두 개인 조개류)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우리나라에서 생굴만 경매가 이뤄질 뿐 껍데기가 있는 각굴은 시장도 없다. 소수의 소비처에서 산지 직거래로 소량을 구입할 뿐이다.
껍데기와 속살의 모양과 크기가 워낙 제각각이기 때문에 속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자동화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굴을 까는 ‘박신장’이 통영·거제·고성 일대에만 300여곳에 달한다. 굴을 까는 작업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인데, 생굴 1㎏을 까면 2500~3000원 정도를 받는다. 엄철규 굴수협 상무는 “통영·거제에서 굴 까는 작업에 상시 고용된 인원이 2만명으로, 산지 생굴 매출 2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이 인건비”라고 말했다.
■ 악재 겪고 더 안전해진 굴 지난해 남해안 굴은 노로 바이러스 검출로 타격을 받았다.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대변이나 구토물을 통해 전염된다. 선원과 낚시꾼 등이 바다에 버린 오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드넓은 바다가 그런 정도로 오염될까 싶지만, 장석 대표는 “한 사람의 대변 150g이 축구장 8배 면적의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엄철규 상무는 “관광객이 늘면서 바다 자정 기능의 임계치를 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1970년 미국과 패류수출위생협정을 맺으면서 남해안 일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청정해역’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5월 노로바이러스 검출로 이 지위를 잃었다.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협 등이 선박용 간이화장실을 보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해 2월 청정해역 지위를 되찾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일본 원전 오염수 유출이라는 악재가 닥쳤다. 수산물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악재가 겹치니 각종 검사가 강화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수시로 양식장에 대한 검사를 하고, 굴 수협이 노로바이러스, 방사능, 장염, 비브리오균, 대장균 등에 대한 검사를 한다. 여기에 대형마트의 검사도 더해진다. 이마트는 미생물 검사, 패독검사, 온도·염분농도 검사 등을 한다. 최우택 이마트 굴 담당 바이어는 “노로바이러스와 방사능 파동으로 굴에 대한 위생관리와 각종 검사가 과거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채취, 탈각, 세척, 포장, 검사 등 작업단계부터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카사노바도 홀린 ‘영양식’…한국, 굴생산 세계2위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오래전부터 익히지 않고 즐긴 거의 유일한 식품이 굴이다. 서양에서 언제부터 굴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18세기 유럽 최고의 바람둥이로 이름을 날린 조반니 카사노바도 생굴을 즐겨 먹었다. 노재승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조리과 교수는 “굴에 영양이 풍부해 ‘정력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서양에서 일찍부터 많이 먹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의 ‘오이스터 바’에서 몇 개만 먹어도 수만원짜리 계산서가 나올 만큼 서양에서 굴은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생굴이 10㎏에 5만~6만원에 팔리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계를 보면, 2011년 미국의 굴 생산량은 18만4556t, 유럽 전체 생산량은 11만6799t이었다. 우리나라는 30만6007t으로, 중국(375만6310t)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유럽과 미국 등으로 굴을 수출하면 좋겠지만 유통기간이 짧아 어렵다. 현재 냉동굴과 통조림 형태로만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굴에 대한 수요가 늘어, 굴 양식 어민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경영자 등을 포함해 중국 바이어 40여명이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경남 통영을 방문해 굴 수입량 확대를 타진했다. 현재까지 중국 쪽과 약 77억원어치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장석 중앙씨푸드 대표는 “일본의 주요 굴 양식장들이 방사능 오염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 일본으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카사노바도 홀린 ‘영양식’…한국, 굴생산 세계2위 날것을 잘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오래전부터 익히지 않고 즐긴 거의 유일한 식품이 굴이다. 서양에서 언제부터 굴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18세기 유럽 최고의 바람둥이로 이름을 날린 조반니 카사노바도 생굴을 즐겨 먹었다. 노재승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조리과 교수는 “굴에 영양이 풍부해 ‘정력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서양에서 일찍부터 많이 먹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의 ‘오이스터 바’에서 몇 개만 먹어도 수만원짜리 계산서가 나올 만큼 서양에서 굴은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생굴이 10㎏에 5만~6만원에 팔리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계를 보면, 2011년 미국의 굴 생산량은 18만4556t, 유럽 전체 생산량은 11만6799t이었다. 우리나라는 30만6007t으로, 중국(375만6310t)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유럽과 미국 등으로 굴을 수출하면 좋겠지만 유통기간이 짧아 어렵다. 현재 냉동굴과 통조림 형태로만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굴에 대한 수요가 늘어, 굴 양식 어민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중국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경영자 등을 포함해 중국 바이어 40여명이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경남 통영을 방문해 굴 수입량 확대를 타진했다. 현재까지 중국 쪽과 약 77억원어치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장석 중앙씨푸드 대표는 “일본의 주요 굴 양식장들이 방사능 오염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 일본으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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