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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SKT)이 회사 및 업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로비’도 하는 조직을 앞다퉈 보강하고 있다. 특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통신위원회, 소비자단체 등을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케이티는 남중수 사장 취임 이후 조직을 개편하면서 사업협력실을 대외부문으로 확대했다. 기존 사업협력실에서 국회를 담당하던 팀을 분리해 ‘대외전략실’로 키우고, 사업협력실도 보강했다. 또 정통부 출신의 윤재홍 전무를 대외부문장에 앉히고, 오석근 케이티에프 대외협력부문장을 대외전략실장으로 영입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지난해 조직을 개편하면서 정보 수집과 로비 기능을 강화했다. 이 업체 임원은 “케이티가 국회쪽을 대폭 강화한 만큼, 우리도 더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국회 담담 조직의 강화 의사를 내비쳤다.
통신업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이유로 요금을 조정할 때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업에 실패해 문을 닫을 때도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업을 허가할 때 이런 조건을 붙인다.
따라서 정부가 통신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고, 현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수천억원의 매출이 왔다 갔다 하고, 통신업체가 생존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예컨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 기간 연장과 케이티 무선재판매 규제 건만 봐도, 정통부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업체간 이해가 크게 엇갈린다. 발신자전화번호표시 및 문자메시지 이용료 인하 폭과 관련해서도 정통부의 결정에 따라 이동통신 업체들의 매출이 연간 수천억원씩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통신업체들이 통신시장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규제를 담당하는 정통부 및 공정위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국회 및 시민단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미리 손을 쓰는 기능을 늘리는 것도 경영행위로 볼 수 있다. 가입자를 아무리 많이 늘려봤자 대외협력에서 무너지면 말짱 도로묵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조직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까지 눈감아 달라고 로비하는 구실도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귓등으로 흘려주고, 가입자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문제삼지 말아줄 것 등을 요청하기도 한다. 소비자쪽에서 보면 이 부분이 걸린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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