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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설탕 빼느라 진땀 빼다

등록 2014-08-25 20:28수정 2014-08-25 22:06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쿠르트 사옥에서 이정열 시엠팀장이 새로 출시된 저당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쿠르트 사옥에서 이정열 시엠팀장이 새로 출시된 저당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경제와 사람] 이정열 야쿠르트 유가공 CM 팀장

무설탕·저당 제품 연달아 출시
발효유 ‘신맛’ 중화위해 ‘단맛’ 필수
“가장 완벽한 단맛은 설탕”
설탕 포기하는 일 쉽지 않아
꿀·천연감미료로 제맛 찾기 고생
건강 위한 ‘발효유의 숙명’ 감수
최근 ‘야쿠르트 저당’ 등 발효유 제품군에서 무설탕·저당 제품을 잇달아 출시 중인 한국야쿠르트의 이정열(46) 유가공 시엠(CM, Category Management)팀장에게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야쿠르트 사옥에서 ‘설탕이 정말 나쁘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가장 완벽한 단맛은 설탕에서 나옵니다.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운 기존 제품에서 설탕을 빼내려니 마음이 아파요.”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1일 ‘야쿠르트 저당’을 시작으로, 18일 ‘세븐 허니’, 25일 ‘내추럴디저트 세븐’ 등 당 함량을 25~50% 줄인 제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다음달 1일에는 ‘저당 윌’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설탕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아이스크림의 단맛을 좋아하고, 최근 일년 새 20여개의 저당 제품 시험작을 만들어낸 야쿠르트 경기도 용인 기흥 연구소 직원들에게는 ‘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설탕이 듬뿍 든 도넛을 간식으로 사 간다. “완벽하게 건강한 식품은 없습니다. 고급 참치를 수년간 거의 매일 먹어 중금속 중독에 걸린 사례도 있어요. 당도 결국 과잉 섭취가 문제라는 거죠.”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일 당류 섭취량은 2008년 하루 56g에서 2011년 65.3g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당뇨병 유병률(만 30살 이상)도 2001년 8.6%에서 2012년 9%로 증가했다. 특히 2012년 기준 60대 남성은 4명중 1명꼴로 당뇨를 앓고 있었다.

당 과잉 섭취의 폐해는 이미 야쿠르트 직원들이 몸소 체험했다. 연구소 경력이 12년인 이 팀장은 “연구소에 들어가면 일 때문에 하루에 요구르트를 2ℓ씩 먹는다. 연구소 근무 2년이면 체중이 5~10㎏ 불어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당의 폐해를 ‘핏속 깊이’ 느끼고 있다. 이 팀장의 아버지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이 팀장 포함 4남매 모두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을 넣어 맛을 낸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드렸다고 했다. 이 팀장은 “그간 발효유를 당뇨 환자가 먹어도 되느냐는 문의가 많았는데, 이번에 내놓은 저당 제품들은 그런 분들께도 자신있게 드시라고 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이 소비 트렌드라고 해도 ‘설탕’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맛 때문이다. 발효유는 필연적으로 신맛을 함유할 수밖에 없어 이를 중화시킬 ‘단맛’은 필수적이다. 그는 “요구르트 100g 기준으로 산도 0.1%가 늘면 설탕 2g을 추가하는 것이 새콤달콤한 맛의 이상적인 비율”이라고 설명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시큼달달’한 맛이 되거나,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요구르트의 정체성을 잃은 맛이 난다는 것이다. 설탕이 아닌 벌꿀·한라봉·아스파탐 등 천연당과 합성감미료로 이 당도를 ‘재현’하는 것은 저당 제품 출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였다. 기존 제품보다 비싼 가격도 부담이다. 이 팀장은 “저당 제품이라고 하면 기존 제품에서 설탕을 뺀다고 생각해 값이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설탕 대신 넣는 꿀·천연감미료 등은 설탕보다 20배 이상 비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굳이 ‘저당 제품 출시’라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이 팀장은 “발효유의 숙명”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식음료와는 달리, 발효유를 마실 이유로는 ‘건강’ 말고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장기적 생존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나트륨(소금) 저감 정책의 다음 순서는 ‘당 줄이기’가 될 것이라 본다. 제재하기 전에 먼저 선도적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또 마케팅 관점에서도 무첨가·유기농 제품을 소비하던 20% 소비자에게 나머지 80%가 따라올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발효유 업계뿐 아니라 음료·제과·제빵업체 등 동종 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소비자 선택권 차원에서라도 당 저감 제품들이 많이 출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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