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씨제이(CJ)행복한1호’ 콩 농사를 짓는 농민 고성환(53)씨. 씨제이제일제당 제공
“현지인 입에 맞는 식재료 찾자”
CJ제일제당, 7년째 종자개발
아삭한 맛김치 위한 ‘장축배추’
단백질 많은 콩·씨눈 3배 쌀
현지재배 고추는 고가에 팔려
“맛뿐 아니라 효능까지 염두”
CJ제일제당, 7년째 종자개발
아삭한 맛김치 위한 ‘장축배추’
단백질 많은 콩·씨눈 3배 쌀
현지재배 고추는 고가에 팔려
“맛뿐 아니라 효능까지 염두”
“김치를 외국에 수출한다고 해봅시다. 외국인들이 우리처럼 도마에 김칫국물 묻혀가며 포기김치를 썰어 먹고 싶어할까요? 외국인들은 잘게 잘려 있는 ‘맛김치’를 선호하는데, 포기김치에 적합한 기존 배추 종자로 맛김치를 만들면 쉽게 물러 버립니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올해 4월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씨제이행복한1호’를 국립종자원에 새 품종으로 출원하는 등 종자산업에 힘을 쏟고 있는 까닭을 ‘식품 한류’를 통해 설명했다. 김치 한 품목을 외국에 내보내려 해도 식문화가 달라, 한국 것을 그대로 팔 수 없다는 이야기다. 씨제이제일제당은 2013년부터 억센 품종이어서 잘게 썰어도 아삭한 품종의 종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일부 김치 제품에 이 품종을 쓸 예정이다.
씨제이제일제당이 종자산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부터다. 이 회사에서 내 놓는 가공식품의 재료가 되는 콩(두부·콩나물·장류), 쌀(햇반), 고추(고추장), 배추(김치), 김(조미김), 녹두 등 6종 작물의 종자를 연구 중이다. 아직 성과는 크지 않다. 2012년부터 전라남도와 함께 토종김 종자 ‘해풍1호’를 개발해 상품화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콩의 경우는 올해 6월부터 ‘씨제이행복한1호’를 제주도에 10만평 규모로 재배 중이고, 2010년부터 연구한 ‘거대배아미’는 이제 품종 개발이 끝나 제품화를 기다리는 상태다. 고추의 경우 미얀마·베트남에서 한국 종자를 키워 팔며 시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녹두 품종연구도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종자 개발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한국 식품을 지속적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씨제이제일제당의 한 임원은 “한식이 국외에서 한 순간 유행을 탈 수는 있지만 지속되려면 맛뿐만 아니라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은 올리브유, 포도주 등이 그 예다. 종자 연구는 그런 면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종자 개발 중이다. ‘행복한1호’ 콩은 다수확 품종에 단백질 함량이 높고, 거대배아미는 쌀눈이 기존 품종보다 3배 커 감마오리자놀·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고추 품종 개발에서는 ‘면역력’ 기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회사는 농업을 확장 가능성이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본다. 종자 개발부터 완제품까지 이르는 단계에 연관 산업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종자 자체를 팔 수 있고, 종자를 기른 작물을 팔 수 있고, 종자에 적합한 전용 농기구와 비료를 팔 수 있으며, 각종 가공식품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미얀마에서 3년전부터 재배하고 있는 한국 품종 고추가 그 나라에서 현지 품종보다 60% 이상 높은 값에 팔리는 등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농민에게도 새 품종 개발은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정지원 씨제이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행복한1호’처럼 다수확 품종이 확산되면 식품값이 덜 오를 것이다.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인력이 부족한 농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정부에서 10년이 걸려 새 품종을 육종해도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씨제이제일제당의 경우처럼 기업이 나서면 판로가 확보돼 그 분야의 지속 연구가 가능하다”며 정부·학계·기업 합동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