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동양증권 김미현 분석가(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목표치를 270만원으로 제시했다. 전날 주가 229만8000원보다 최대 17%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주일 뒤 케이비투자증권의 양지혜 분석가는 목표 주가를 280만원으로 높였고, 같은 날 아이비케이증권 안지영 분석가는 이를 300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다. 연초인 1월6일 95만7000원이던 주가가 2일 종가(234만3000원)까지 145%나 올랐다. 그럼에도 분석가들이 아모레퍼시픽 주가 목표치를 더 올리는 것은 앞으로 성장에 더 속도가 붙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주가 급등으로 서경배 회장은 단숨에 이건희 삼성 회장에 이은 한국 2위의 ‘주식부자’(상장 기준)로 등극했다. 아모레퍼시픽 주식의 9%가량, 이 회사의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의 51%가량을 보유한 서 회장의 그룹 관련주 자산 가치는 2일 종가 기준으로 6조8000억원대에 이른다. 무엇보다 “서 회장의 뚝심있는 중국 시장 투자가 열매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모레퍼시픽의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중국인 매출’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면세점 매출의 70%를 중국인이 올렸다. 중국 시장 매출액은 2011년 1909억원에서 지난해 3387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도 성장세가 가팔라 2분기 중국·아세안 지역에서 1634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보다 48.8%나 성장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2%대로 올라섰다.
단일 제품뿐만 아니라 2012년 진출한 브랜드숍 ‘이니스프리’로 중국에 없던 새로운 화장품 유통채널을 전파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상하이 이니스프리 매장에 다녀왔다는 동양증권 김미현 분석가는 9월23일 보고서에서 “상하이 난징루(남경로) 이니스프리 매장은 쇼핑하기 조금 어려울 정도로 붐비는 상태였다. 현지 화장품 전문가는 브랜드숍이 중국에서 성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양지혜 케이비투자증권 분석가는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인들이 친구같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세련된 이미지로 어필했다”고 봤다. 화장품업계에서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아직 성숙된 시장이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성장 시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전망이 더 밝다고 본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의 약진이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12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한 브랜드 ‘라네즈’의 토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1994년 중국 선양 현지법인을 세운 뒤 백화점·전문점에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 공급을 지속해왔다. 그 뒤 ‘라네즈’를 ‘아시아 브랜드화’하기로 결정한 뒤 3년간 시장조사를 거쳐 2002년에 홍콩·중국 백화점에 입점했다. 라네즈는 현재 중국 329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중이고, 지난해 국외 매출 비중이 51.5%를 기록하며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인수합병·대리점 늘리기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로 10여년 전부터 5개 브랜드(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를 글로벌 브랜드화하기로 하고 투자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투자 성과가 있을까 우려하는 외부 시선이 있었는데, 올해 ‘에어쿠션’의 인기, 중국 관광객 급증 등 내·외부 상황이 모두 좋았다. 이제 결실을 거두기 시작하는 단계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중으로 중국 상하이에 4만1001㎡ 규모의 생산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등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다. 10년 뒤를 바라보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타이 등 아세안 시장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회사 쪽은 밝혔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여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닌데, 한방 화장품 등 차별화 된 소재 개발과 오랜 투자가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국산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승승장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06년 한방화장품 ‘후’ 브랜드를 중국에 출시하며 중국 시장에 본격 투자를 시작한 엘지생활건강은 2013년 ‘후’ 브랜드의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88%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14% 성장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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