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만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변신 로보트 완구.
경남 창원시에 사는 박아무개(38)씨는 지난 25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 잇따라 들렀으나 빈 손으로 나왔다. 인기 만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변신 로보트 완구(사진)를 사려 했는데 매대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한달 전 공룡 로보트 ‘파라사건’을 산 뒤 ‘작토르’도 사주기로 5살 아들과 약속했지만 10월 내내 매장에서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다. 박씨는 “이날도 물건이 없을 것 같았지만 아이가 ‘한 번 가보자’ 해서 일단 다녀왔다. 약속 지키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방영된 만화 파워레인저의 새 시리즈 ‘다이노포스’의 폭발적 인기로 완구 시장에서 관련 상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만화 파워레인저는 해마다 새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올해 국내에 방영된 37번째 작품 다이노포스 시리즈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룡 소재를 결합시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완구를 일본에서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키는 반다이코리아는 7월 방영 시작 직후 인기를 예상해 8월, 9월 물량까지 당겨 들여왔지만 공백을 메울 순 없었다고 한다. 반다이코리아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로 9월 추석 때 이미 품절됐고 9월에 한 번 더 들여왔지만 바로 동났다. 다음 생산품이 들어올 11월 초까지는 매진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다이쪽은 통상 7대3의 비율로 대형마트와 총판에 완구를 출하하고 있는데 양쪽 다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자들은 미리 확보해놓은 물건을 온라인 마켓에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9일 현재 반다이 온라인몰에 7만5000원에 판매중이지만 품절 상태인 ‘디엑스(DX) 티라노 킹’로보트의 경우 옥션 등 온라인 마켓에 20만원 후반대로까지 판매중이다. 대형 마트에서는 지점별로 ‘1인당 1개만 구매해달라’는 안내문을 비치하기도 했지만 강제할 순 없어 ‘사재기’를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마존 재팬’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시도하고 있다.
다이노포스의 인기는 매출로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27일까지 이마트의 파워레인저 완구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3% 증가했다. 다이노포스 직전 시리즈 ‘고버스터즈’가 방영된 지난해엔 ‘캡틴포스’가 방영된 2012년에 비해 매출이 16% 감소했지만 올해는 폭증한 모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엔 워낙 ‘또봇’ 제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파워레인저 매출이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엔 파워레인저가 단연 인기 상품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영실업이 생산하는 국내 캐릭터 ‘또봇’ 완구의 품절 사태로 크리스마스 때 ‘또봇 대란’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반다이코리아의 매출액 추이도 비슷하다. 2012년 715억원을 올린 뒤 지난해 579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매출액은 2012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회사 쪽은 예상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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