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겸 한살림서울 상무이사. 사진 한살림서울 제공
[경제와 사람] 김재겸 한살림서울 상무이사
농민 이윤에 생협 운영비만 보태
쌀 등 주요 소비품목 10여가지
1년에 수십차례 회의 열어 조정 “시장선 소비자 울면 생산자 웃지만
생협은 함께 울고 웃는 협동 구조” 3월 회의에서 논의된 두부가격 인하 요인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원재료인 콩값이 전년 대비 32% 가량 하락했다는 것, 두번째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두부 소비량이 2012년 202만모에서 2013년 278만모로 38% 가량 늘어 공장 가동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콩의 품질이 좋아져 콩 40kg당 전년에는 두부를 266모 만들었다면 2013년에는 274모 만들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이라면 초과이윤으로 자본의 몫이 됐을 생산성 증가분도 고스란히 가격 인하 요인이 됐다. 김 상무이사는 “기업은 자본을 투입해 두부를 생산했을 때 ‘얼마가 남냐’가 생산의 동기가 된다.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이윤이 작으면 안 하는 거다. 한살림은 자본을 ‘필요한 물자를 구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본다. 두부는 이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하니까 구하고, 만든다. 경제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살림은 쌀·두부·참기름 등 주요 소비 품목 10여가지에 대해 가격결정회의를 연다. 주요 품목에 대한 ‘사전 예약’ 등으로 수요량 예측도 게을리하지 않아 가격 합리성을 높인다. 이렇게 일년에 수십차례 가격에 관한 회의가 열린다. 협의에 의한, ‘시장 원리에 거스르는 듯한’ 가격 결정이지만, 원가가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결과는 시장 가격보다 탄력적이다. 두부값만 봐도 한살림은 2013년 4월에 소비자 이용률 증가를 이유로 2500원에서 2200원으로 인하한 뒤 올해 4월에 또 내렸다. 일반 기업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사례다. 물론 한살림의 가격이 언제나 ‘반값’인 것은 아니다. 공급량이 늘어 시장 가격이 폭락하면 시중가의 ‘2배’가 될 때도 있다. 올해 포도가 그랬다. 작황이 좋아 시중에서 4kg들이 1만원에 팔리던 포도가 한살림에서는 그 2배가 넘는 2만2000원이었다. 조합에서는 협의를 거쳐 시중가보다 30% 이상 비쌀 경우 투입되는 ‘가격안정기금’까지 투입했지만 4000원 인하에 그쳤다. 한살림서울은 11월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조합원들에게만 팔던 ‘반값 두부’를 서울지역 전체 매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판매한다. 두부를 사는 소비자는 다른 물품도 살 수 있다. 김 상무이사는 “일반 시장에서는 가격 때문에 소비자가 울면 생산자가 웃고, 생산자가 울면 소비자가 웃는다. 생협은 한쪽이 이익을 취하지 않고 서로 필요한 비용을 물으며 생산과 소비가 협동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1988년 설립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현재 46만여 세대 소비자 조합원, 2100세대 생산자 조합원과 함께 친환경 먹거리 직거래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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