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수입과자 할인점에 과자들이 쌓여 있다. 대부분의 상품값이 ‘1000원’인 것이 눈에 띈다.
“싸다, 진짜 싸.”
매장에 들어선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지난달 27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한 수입과자 할인점의 풍경은 값싼 간식을 판매했던 예전 ‘학교 앞 문방구’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채 30㎡도 안 되는 좁은 매장에 들어찬 10여명의 초중고생들은 “싸다”는 말을 연발하며 과자를 골라 담았다. 이 매장 중앙에는 낱개 포장된 500~1000원짜리 수입젤리·과자가 30종 가까이 놓여 있었다.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 있는 한 수입과자 할인점은 대학생뿐 아니라 아이 손을 잡고 온 주부들, 홀로 방문한 중·노년층들로 북적거렸다. 매장운영책임자 정아무개(39)씨는 “3달 전에 문을 연 뒤 하루 700~800명 가량의 손님이 방문해 1인당 1000~3만원 어치씩 과자를 사간다. 초기엔 ‘언제 폐업하냐’고 묻는 소비자들도 있었는데, 근처에 곧 지점이 하나 더 들어설 정도로 매상이 좋다”고 말했다.
수입과자의 인기가 높다. 시장조사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8월 만19~5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66.5%가 올 한 해 수입과자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인기는 세대를 뛰어넘었다. 20대(80%)와 30대(71.2%)가 수입과자 구매 경험이 많았지만, 40대(57.2%)와 50대(57.6%)의 절반 이상도 수입과자를 산 적이 있었다.
대형마트들도 성장세가 둔화된 국산과자에 비해 수입과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산과자 매출은 매년 하락했지만, 수입과자 매출은 매년 10% 안팎 증가했다. 과자류 중 수입과자 매출 비중은 2012년 16.4%에서 올해(1~8월) 30%까지 올라섰다. 롯데마트는 “기존에는 구색을 갖추는 의미로 국산과자 진열대에 일부 수입상품을 진열했지만 최근에는 수입과자만 따로 모아 한 매대에 확대 진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서도 수입과자 매출이 2012년 30.5%, 지난해 22.1%, 올해 5.2% 성장했다.
인기 비결은 우선 ‘싼 가격’이다.‘과대포장’ 논란이 있는 국산과자에 대한 반작용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아무개(51)씨는 “수입과자는 맛은 짜고 강하지만, 과대포장이 없다. 국산과자는 포장이 커 과자를 사면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싼 가격 탓에 소비자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다.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과자 구입 때 소비자들은 수입경로가 비정상적이지 않은지(54.4%, 중복응답), 당국의 감독이 잘 되고 있는지(38.1%), 유해성분이 들어있지는 않은지(30.3%)를 의심했다. 한글로 제품정보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44.9%)도 주된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지난달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수입과자 부적합 현황’에 따르면 세균수 기준 초과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과자는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212건, 249톤에 달했다.
글·사진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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