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리점에 진열돼 있는 스마트폰들. 한겨례 자료 사진
인아무개씨는 지난 7월 엘지유플러스(LGU+) 이동통신에 가입하면서 스마트폰을 엘지전자의 ‘G3’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5’ 가운데 하나를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대리점 직원이 엘지전자 ‘지엑스(Gx)’를 권하며 “출고가 64만원짜리인데, 월 6만9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짜로 주겠다. 보조금 단속 때문에, 보조금은 28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월 1만8000원씩 24개월 할부로 하는 대신 요금 할인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서너달 지난 뒤, 인씨는 대리점 직원의 말이 거짓이란 걸 알았다. 그는 “24개월 약정하면 요금을 20% 정도 할인해주는 게 당연한 것인데, 이를 단말기 보조금이라고 속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씨는 “대리점에 찾아가 당시 상황을 조목조목 얘기하며 항의하자, 나머지 할부금 가운데 반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했다. 애초 공짜라고 한대로 할부금 전액을 면제하거나 스마트폰을 내가 고르고 싶었던 것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이동통신 대리점 직원들이 한 때 많이 써먹던 영업 기법”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경쟁업체들도 약정 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둔갑시켜 비싼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것이라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영업을 많이 했다. 주로 어수룩한 중·장년들이 많이 당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7일 이동통신 회사 및 유통점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동통신 회사들은 그동안 인씨 사례와 같은 불완전 영업을 일삼아왔다. 요금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둔갑시켜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 게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적발돼 경고를 받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제정되는 주요 빌미가 되기도 했다. 한 이동통신 유통점 직원은 “약정할인 총액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둔갑시켜 60만~70만원짜리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비싼 정액요금제에 가입시킨 게 가장 악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아, 뒤늦게 속은 것을 알아차려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에서는 상담 내용을 녹음하거나 계약서에 따로 명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 가입자들의 항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리점이 이렇게 주장하면, 회사 쪽도 어쩔 방법이 없다. 가입 당시 상담을 맡았던 직원을 찾아 대질을 해야 하는데, 이직이 많아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