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쌀값 결정 조합원회의
쌀 소비 촉진 아이디어들 분출
4년째 가격 동결에 “고마워요”
쌀 소비 촉진 아이디어들 분출
4년째 가격 동결에 “고마워요”
“한살림도 햇반(즉석밥)을 만들면 어떨까요. 우리 쌀 소비도 하고 가정에서 밥하는 것에서도 해방되고.”
지난 8일 오후 경기 안성 농협교육원에서 열린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2015년산 쌀 생산 관련 회의’에 참여한 정선섭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회 수도작분과 대표는 회의 말미에 ‘즉석밥 사업’을 제안했다. 2015년에 한살림 생산자 조합원들이 생산할 쌀의 총량과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이 회의에서 생산자·소비자 대표들은 쌀 소비 촉진을 호소했다.
1989년부터 시작돼 올해 26회를 맞은 한살림 쌀 가격, 생산량 결정 회의에서는 이 생협의 소비자 조합원, 생산자 조합원들이 참석해 소비자들이 ‘2년 뒤 먹을 쌀값’을 미리 결정한다. 소비자 조합원의 수요를 예측해 ‘소비량’을 결정하고, 생산량에 따라 들쭉날쭉한 시장가격이 아닌 ‘생산비’에 기반해 가격을 결정한다. 생산자들은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리며 쌀을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물가와 관계없이 약정된 가격에 유기농·무농약 쌀을 공급받을 수 있다. 올해 회의는 전국에서 190명가량의 조합원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한살림 관계자는 “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 쌀 생산기반에 대한 압박을 느낀 생산자들이 많았다. 소비자 조합원들도 공감대를 갖고 있어서 참석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살림의 2015년산 쌀 생산량은 멥쌀 6만1000가마(1가마 80㎏), 찹쌀 1만3000가마로 결정됐다. 각각 올해보다 13%, 11%가량 증량됐다. 한살림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을 기조로 하고 있는 만큼, 이 회의에서 생산자 조합원과 ‘약속’해 생산한 물량은 소비자 조합원들이 ‘책임 소비’해야 한다. 소비자 조합원들은 “열심히 소비를 촉진하겠다”면서도 어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많은 소비를 책임지고 있는 한살림서울 박혜숙 이사장은 “쌀 소비가 확산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 가공용 쌀 소비를 늘리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현이 한살림경북북부 농산물위원장은 “가족 구성원들이 세 끼 식사를 다 함께 먹어본 적이 1년 중 한 번 손에 꼽을까 말까 한다. 1년에 다섯 번 정도는 온 가족이 모여 세 끼 쌀밥 먹기를 제안해 소비를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2015년산 한살림 쌀 가격은 유기농 메벼 40㎏ 기준 8만6000원으로 2012년산부터 4년 연속 동결됐다. 생산비 인상 요인이 없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생산자들은 2014년산 쌀값이 수확기 산지 기준 6%가량 떨어질 전망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동결이 곧 인상”이라며 “생산량을 늘려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김현향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장은 “농가의 주요 소득기반이 쌀이고 식량자급을 위해서도 쌀 소비는 굉장히 중요하다. 쌀뿐만 아니라 토종 고추 등 토종 작물 보급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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