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어디서나 같은 맛 ‘단팥빵’으로…동네빵집 같이 사는 길 열어요

등록 2014-12-11 19:56수정 2014-12-11 21:11

[경제와 사람] 김서중 빵굼터 대표

1995년 공동브랜드 사업 시작해
100호점 넘었다 속속 간판 내려
가맹점마다 맛이 달랐던 게 원인
유행 안타는 단팥빵으로 재도전
재료 같이 쓰고 제조법도 교육
10일 오후 경기 부천시 빵굼터 본사에서 김서중 대표가 ‘빵굼터 단팥빵’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 부천시 빵굼터 본사에서 김서중 대표가 ‘빵굼터 단팥빵’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빵굼터 단팥빵’은 어느 매장에서나 맛이 똑같습니다. 20년간 동네빵집 공동브랜드 ‘빵굼터’를 운영하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서 왔지만, ‘전국 어디를 가나 같은 맛’이 중요하다는 것만큼은 ‘파리바게뜨’에서 배웠죠.”

10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빵굼터 본사에서 만난 김서중(61) 빵굼터 대표는 ‘빵굼터’ 브랜드의 위상이 약화된 것을 ‘대기업 탓’으로만 돌리지 않았다. 1995년 처음 문을 열어 97년부터 개인 제과점 공동브랜드로 본격 체인 사업을 시작한 빵굼터는 100호점 넘게 늘었던 적도 있지만 최근 5~6년 사이 가맹점 이탈이 계속되며 현재는 국내 58개, 중국에 4개만 남아 있다. 하루에 300만원 매출을 올리던 알짜 매장 서울 청파동 빵굼터, 신림동 본점이 1년여 전 대기업 자본에 밀려 문을 닫은 것에 이어 지난달엔 빵굼터 매장 중 가장 유명했던 ‘연희동 빵굼터’가 빵굼터 간판을 내리고 개인 브랜드 영업을 택했다.

“빵굼터는 가맹점마다 맛이 달라요. 완제품이며 생지를 본사에서 공급받는 대기업 체인과는 달리, 모든 빵을 매장에서 반죽부터 해 즉석에서 굽는 ‘동네빵집’ 방식을 고수하거든요. 어쩌다 맛이 떨어지는 매장에서 빵굼터 빵을 접하게 되면, 빵굼터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깎이는 거죠.”

하락세인 ‘빵굼터’ 브랜드를 다시 살리기 위해 김 대표가 떠올린 것은 ‘단팥빵’이었다. 빵굼터는 올해 3월 천연효모·국산팥·천일염 등을 재료로 쓴 고급 단팥빵 전문점 ‘빵굼터 단팥빵’을 열었다. 이번주 일산점이 문을 열었고 지난주엔 송파점이 영업을 시작하는 등 순조롭게 9개까지 가맹점을 늘렸다. “단팥빵은 누구나 아는 음식이라 유행을 타지 않아요. 최근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며 젊은 사람들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제과류를 파는 기존 ‘빵굼터’ 매장을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봤습니다.”

김 대표는 ‘빵굼터 단팥빵’에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다 4~5번 실패하고 20년간 ‘빵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 전부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중학교만 마치고 광주에서 제과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22살 때 제주도에서 첫 제과점을 열었다.

“제주도 제과점에서 일할 땐데, 당시 제주도 사람들이 부의금 대신 빵 한바구니를 상갓집에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빵집을 차리면 정말 잘되겠다 싶었어요.” 빵은 잘 팔렸지만 갓 스무살을 넘긴 청년에게 돈관리·리모델링·재투자 등 가게 운영은 무리였다. 1년여 만에 사업을 접고 다시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기술자 생활을 하다 1977년에 다시 서울 암사동에 ‘불란서 제과점’이라는 제과점을 냈다. 장사가 잘되자 더 목 좋은 곳에 같은 이름의 제과점이 들어섰다. 2호점으로 착각한 손님들은 이 제과점으로 몰렸다. 이때의 실패로 그는 ‘상표등록’의 중요성을 알았다고 한다. 이후 효자동, 상계동, 노량진 등에서 차례로 제과점을 열고 닫을 때마다 교훈을 얻어 설립한 것이 ‘빵굼터’다.

김 대표는 ‘빵굼터 단팥빵’을 열며 ‘동네빵집’ 방식을 지키면서도 전 지점이 동일한 맛을 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빵굼터’와는 달리 본사에서 공급하는 재료를 쓰도록 하고 가맹점주들에게 본사에서 3개월간 단팥빵 만들기 교육을 해 만드는 방법을 숙지시킨다. 그는 “일반 제과점에서는 150~200가지 품목을 다루기 때문에 ‘동네빵집’ 방식으로는 전 매장의 전 품목이 동일한 맛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빵굼터 단팥빵’은 15가지 이내의 품목만 다루기 때문에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사용료로 월 30만원가량만 받는 ‘빵굼터’와는 달리, 본사에서 재료를 공급하는 ‘진짜 체인 사업’을 시작하며 김 대표는 “가맹점주와 본사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인 점주가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하려 한다. 23~26㎡ 정도로 매장이 작아 기존 제과점의 3분의 1 정도 비용이면 창업이 가능하고, 제과 기술자를 따로 쓰지 않고 점주가 직접 빵을 구울 수 있도록 본사에서 단팥빵 만들기 원천기술까지 전수한다. 계약기간 중 그만둬도 위약금이 없다”고 전했다.

기존 ‘빵굼터’ 가맹점들도 ‘빵굼터 착한빵집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변신에 나서고 있다. 동네빵집들의 대변자 격인 대한제과협회장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동네빵집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겁먹지 않고 이제 ‘맛’으로 승부하려는 참이다. 프랑스·일본을 보면 프랜차이즈보다 동네빵집이 살아남는 추세다. 동네빵집의 미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