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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휴대전화, 오래 쓰면 망한다?

등록 2005-09-26 17:39수정 2005-09-26 17:39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2003년 말, 국내 대기업이 내놓은 휴대전화를 47만원(부가가치세 포함)에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를 분리하면 나타나는 명세표를 보면, 제조일자가 2003년 9월로 돼 있다. 만들어진 지 딱 2년 됐고, 내가 사용한 지는 2년이 채 안되는 셈이다. 그런데 올 초부터 일부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힘줘 눌러야 숫자나 글자가 입력된다. 처음에는 한 개만 그러더니 점차 다른 버튼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조업체의 수리센터를 찾아가 증상을 얘기하자, “버튼을 눌렀을 때 접촉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30여분만에 간단히 고쳐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현상이 또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지금은 모든 버튼을 힘줘 한참 누르고 있어야 화면에 글자가 나타난다. 최근 제조업체 수리센터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수리를 받지 못했다. “기판을 통채로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며 “새 것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직원의 말에 그냥 갖고 나왔다. 47만원이나 주고 산 것을 2년도 못쓰고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수리센터 직원 말대로 ‘꾹 꾹’ 누르면 돼 그냥 쓰고 있다. 다른 사람 것은 그렇지 않나 싶어 이정석 모바일사용자연합 대표에게 물어봤다. 회원들이 오래 전부터 흔히 제기하는 불만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특정업체 제품이 특히 심하다고 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업계는 그동안 휴대전화 과소비 지적이 있을 때마다 소비자 탓으로 돌렸다. 최신 것을 사용하려는 휴대전화 소비 행태 탓에 수십만원이나 주고 산 휴대전화를 18개월도 안돼 새 것으로 또 바꾸고, 그래서 퀄컴에 지급되는 기술사용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 경험과 모바일사용자연합 쪽 얘기대로라면, 휴대전화를 2년 이상 쓰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 내 휴대전화를 써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걸 어떻게 쓰느냐”고 한마디씩 한다.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에게 ‘휴대전화의 내구성이 몇년이냐’고 묻자 “그런 거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2년 사용했으면 오래 쓴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몇 년 써도 흠집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내놨다가 망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그는 “휴대전화 산업을 살린다 생각하고 새 것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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