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속도’ 실제론 절반 웃돌아
“업체들이 선전하는 초고속인터넷 속도를 믿으세요? 그럼 당신은 바보입니다.”
케이티(KT)와 하나로텔레콤 같은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상품별 서비스 속도를 이용자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것보다 높게 선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이용자들을 속여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오히려 “초당 최대 400만~800만비트짜리라는 말을, 초당 400만~800만비트 속도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믿은 게 바보”라고 큰소리친다.
26일 정보통신부가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에게서 받아 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케이티 ‘에이디에스엘 라이트’ 상품의 평균 속도는 초당 310만비트, ‘에이디에스엘 프로’는 495만비트에 지나지 않는다. 케이티는 이들 상품의 속도를 각각 ‘초당 최대 400만비트’, ‘초당 최대 800만비트’라고 선전해왔다. 초당 최대 400만비트라고 선전돼온 하나로텔레콤의 에이디에스엘 라이트는 289만비트, 초당 최대 1천만비트라던 에이디에스엘 프로는 555만비트로 측정됐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두루넷의 케이블 라이트 및 프로의 속도 역시 그동안 선전돼온 것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이 수치는 올 1~7월 사이에 각 업체별로 측정된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속도 측정 사이트를 만들어, 가입자들에게 이용 가능한 속도를 측정해보게 하고 있다. 이 측정 수치는 다른 장애 요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용 가능한 속도를 나타낸다. 따라서 인터넷 통신망 곳곳의 병목현상을 감안하면, 이용자들이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내려받는 속도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다. 2002년 측정치를 보면, 케이티 에이디에스엘 라이트의 평균 속도는 초당 172만비트, 프로는 407만비트에 그쳤다. 하나로텔레콤의 에이디에스엘 라이트는 170만비트, 프로는 498만비트, 케이블 라이트는 147만비트, 프로는 400만비트에 지나지 않았다. 초고속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초당 최대 속도란 이론적으로 제공 가능한 최대 속도를 말하는 것이고, 초고속인터넷은 품질을 보장하는 통신망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