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사람] 곽금순 한살림 새 대표
“조합원으로서 경험한 한살림은 단지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살림은 사람을 바꿉니다. 안전한 먹거리가 내 밥상에 오기까지의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동안, 스스로가 ‘주체’로 성장한다고 느꼈어요. 조합원 출신 대표로서, 소통을 강화해 다른 조합원들과도 이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살림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곽금순(54) 한살림연합 상임대표는 한살림의 첫 조합원 출신 대표다. 지난 3일 총회에서 새로 선출됐다. 1986년 ‘한실림 농산’으로 시작해 한국 생협운동의 토대를 다진 한살림은, 전임 이상국 대표를 비롯해 창립부터 기여한 1세대들이 이끌어왔다. 한살림 내부에서는 “유기농업과 생협운동에 밑거름을 뿌린 1세대가 만든 토양 안에서 아이를 낳고 기른 한 주부 조합원이 자라나 ‘차세대 리더’가 됐다”며 세대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곽 대표는 “한살림이 지켜온 유기농업에 대한 지지를 그대로 이어간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확대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법은 다를 겁니다. 제가 조합원임을 잊지 않고, 조합원들이 우리 활동을 어떤 ‘감성’으로 바라볼 것인지 우선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조합원 출신으로 처음 뽑혀
22년전 안전한 먹거리 찾아 가입
논의 참여하며 활동가로 변신
1세대와 2세대 잇는 1.5세대 자임 ‘생명 중시’ 등 추상적 표현 대신
쉬운 말로 조합원 공감대 높일 것
소포장 물품·간편조리식 확대 검토
곽 대표는 93년 아이 친구 엄마의 권유로 갓 6살 된 아이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 싶어서 한살림에 가입했다. ‘지역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거주지역인 서울 도봉구에서 주민자치회 활동 등 ‘엄마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해왔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살림서울 이사장을 맡았다. 주부 조합원에서 적극적 활동가가 된 데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경험”이 컸다. 물품 선정에서부터 가격 결정까지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공개하며, 작은 의견도 반영하고 논의하는 구조에서 ‘주체’가 되는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곽 대표는 스스로를 한살림을 만든 1세대와 최근 가입한 2세대 조합원을 잇는 ‘1.5세대’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 한살림 자체 기준을 ‘믿고’ 구매했던 곽 대표 세대의 소비자 조합원들과는 달리, 2세대 조합원들은 인증·규정을 꼼꼼하게 따지는 ‘깐깐한 소비자’다. “이달 농식품분석센터를 열어 자체 인증을 더 강화하는 한편, 제가 조합원 입장에서 경험한 한살림의 역사, 1세대들의 노력과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려 신뢰관계를 더 공고히 하고자 합니다.”
2세대 조합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살림 정신을 더 쉽게 전달하는 것이 그의 숙원이다. “이를테면 ‘생명을 중시한다’는 말은 너무나 추상적이죠. 이것을 ‘엄마의 마음’ ‘엄마의 품’으로 바꿔 표현하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이론적 용어가 많은 ‘한살림 선언’도 더 알기 쉬운 말로 풀어내야죠.”
88년 협동조합 전환 당시 조합원 1500여명으로 시작한 한살림은 2014년 조합원 48만명의 큰 조직이 됐다. 불황에 맥을 못 추는 일반 유통업체들과 달리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올해는 조합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수요에 맞춰 그간 포장재 낭비를 이유로 도입을 꺼려온 소포장 물품을 확대하고 간편조리식을 늘리며, 주말 공급 활성화도 검토 중이다. 탈핵운동과 햇빛발전협동조합 활성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곽 대표는 “물류를 확충해 단체급식에도 안전한 식자재를 공급하고 한살림 물품을 이용한 외식사업도 하고 싶다. 한살림과 30년간 함께해온 조합원들이 이제 ‘돌봄’을 걱정할 나이가 된 만큼 돌봄 사업도 펼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22년전 안전한 먹거리 찾아 가입
논의 참여하며 활동가로 변신
1세대와 2세대 잇는 1.5세대 자임 ‘생명 중시’ 등 추상적 표현 대신
쉬운 말로 조합원 공감대 높일 것
소포장 물품·간편조리식 확대 검토
곽금순 한살림연합 상임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광희동 사무실에서 활동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곽 대표는 한살림의 조합원 출신 첫 대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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