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시장 앞에서 독일 환경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독일환경도우미·Deutsche Umwelthilfe)가 디젤차 배기가스의 유해성을 알리고 있다. 박현정 기자
해당 차종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돼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의 3~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의 3~10배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 논란을 빚고 있는 폴크스바겐 국내 구매자들이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 수입되는 파사트 등 일부 해당 차종이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돼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파사트 차량 구매자 51명 등을 포함해 조만간 미국 법원에 소장을 낼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지만, 승소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왜 미국에서 집단소송? 폴크스바겐은 독일 자동차 회사지만, 국내 판매된 파사트 등 상당수 차량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266명 가운데 51명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를 구매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 집단소송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된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보상해 주기로 합의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 고엽제 사건 경우 미국 군인뿐 아니라 호주 군인들도 참여를 해 합의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250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 변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이 가장 엄격해서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소송을 낼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3차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3차 소송 원고는 차량 구매자 202명과 리스 사용자 24명 등 총 226명이다. 1, 2차까지 합치면 총 266명이다. 바른은 지난달 30일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아우디Q5 차량 소유자 2명을 대리해 폴크스바겐그룹, 아우디 폴크스바겐 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처음으로 냈고, 지난 6일 2차 소송을 냈다.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란? 징벌적 손배 소송은 제조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 실제 피해액 이상의 징벌성 배상금을 물리는 제도다. 지난 1992년 미국의 한 70대 여성이 맥도널드를 상대로 소송을 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것을 계기로 활성화됐다. 이 여성은 맥도널드 매장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 손에 3도 화상을 입게 되자 치료비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배심원들은 맥도널드가 다른 매장보다 커피를 더 뜨겁게 끓여서 700건의 크고 작은 화상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무려 270만달러(약 31억원)의 배상금을 물도록 평결했다. 이 액수는 맥도널드 전체 매장의 이틀치 커피 판매액수와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 평결이 과하다고 판단한 재판장은 배상금을 최종적으로 48만달러로 줄였다. 하종선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통 실제 손해의 3~10배 정도로 인정이 된다. 미국에서는 소장에 금액을 정확히 적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적어 낼 예정”이라고 했다. 또 미국의 집단 소송은 피해자 중 일부만 소송에서 이겨도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
승소 전망은 엇갈려 공정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외 나라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해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관할권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법정 다툼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판결까지 받지 않고 양쪽 화해로 종결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 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으니까 폴크스바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바른 쪽에서 전략적 판단을 한 거 같다”고 했다. 윤성봉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역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따져봐야겠지만 폴크스바겐 쪽이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자백하고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된다”며 “다만 기업의 입장에선 기업윤리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피해가 크니까 합의를 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1차 소송 뒤 2000여명이 소송 제출 서류를 보내오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 소송인단을 계속 모집하고 매주 추가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쪽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유로5’의 국내 재고 물량 466대를 모두 회수해 창고에 보관중이며, 앞으로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혀왔다고 환경부가 13일 전했다.
서영지 김정수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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