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분석
“직구 열풍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
커피 등 직구 많은 물품 덜 올라
가전 등 내구재는 물가지수 6.9%↓
업계, 3주앞 미국 대할인 대비 분주
“직구 열풍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
커피 등 직구 많은 물품 덜 올라
가전 등 내구재는 물가지수 6.9%↓
업계, 3주앞 미국 대할인 대비 분주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가자 ‘원조 블랙 프라이데이’가 상륙하려 하고 있다. ‘직구’(직접 구매) 바람을 타고 온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블랙 프라이데이(27일)를 3주가량 앞둔 2일부터 사전 할인판매 행사에 들어갔다. 속속 등장한 구매·배송 대행업체들 가운데는 이에 맞춰 ‘직구족’을 위한 모바일 앱을 내놓은 곳도 있다. 일부 카드사들도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한 행사를 기획하는가 하면 ‘직구몰’을 열었다.
태평양 건너 편의 할인 행사를 국내로 연장시킨 직구 열풍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줄 정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창복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해외 직구에 따른 유통 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효과’ 보고서에서 직구의 영향이 커져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업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해외 직구가 단순히 구매자에게 싼 물건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직구 대상 품목들의 국내 물가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피·차·초콜릿·치즈 등 직구 대상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2년 1월 기준으로 올해 6월까지 3.6% 올랐다. 반면 직구 대상이 아닌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9.9% 뛰었다.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포함하는 내구재는 같은 기간에 직구 대상은 6.9% 내려간 데 반해 비대상 품목들은 0.7% 올랐다. 교복을 제외한 섬유제품도 직구 대상과 비대상 품목들의 상승률이 11.6% 대 13.3%로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해외 직구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해외 직구 제품 자체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반영되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직구로 눈을 돌리면 같거나 비슷한 품목을 수입·유통하는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산품도 이런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은 직구 제품 가격이 30%가량 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해외 직구가 늘자 수입 화장품의 국내외 가격 차이가 1.8배에서 1.3배로 좁혀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고서는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해외 직구가 소비자물가지수를 장기적으로 2%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직구 규모는 2012년 8천억원에서 지난해 1조6천억원으로 2년 새 두배가 늘었다. 이전에는 패션 상품이 주류였는데 이제 전자제품, 식료품, 유아용품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직구는 온라인시장 확대와 합리적 소비 성향 강화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당장 내년부터는 세법 개정으로 미국(200달러까지 면세)을 제외한 나라들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면세 한도가 100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라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수입액 중 소비재 비중이 9.5%에 그치고 있는 것도 해외 직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이다. 한국의 소비재 수입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 중 가장 낮고 평균치(25%)에 훨씬 못 미친다.
최창복 연구위원은 “직구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무시할 수 없는 유통 경로로 성장하는 해외 직구를 의식해 유통 단계 축소 등 구조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해외직구 대상·비대상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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