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업태별 소비지표 살펴보니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얼어붙었던 소비가 9월 이후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정부는 “내수 회복세 확대” 또는 “경기회복 모멘텀 강화”란 경기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11일 <한겨레>가 품목별·업태별로 소비지표를 뜯어보니, 코리아그랜드세일·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이 집중된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소비 개선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도 직업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소비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 자동차 판매 급증이 불러온 착시?
지난 9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동월비·불변가격)은 5.5%로, 메르스 사태 직전인 지난 5월(3.1%)보다 2.4%포인트 높다. “소비가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라는 정부의 경기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7%에 그쳤고, 7~8월까지만해도 2.0~2.1%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소비 개선은 승용차와 음식료품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불러온 착시효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국산·수입승용차 판매는 각각 20.0%, 23.2% 증가했다. 음식료품도 판매도 13.3% 뛰었다. 나머지 품목은 대부분 소비 개선세가 미미하다. 의복(-0.3%)·신발(-5.3%)·가방(-8.9%)·오락 및 취미(-2.4%) 등 준내구재를 구성하는 모든 품목의 9월 판매는 1년 전보다 되레 줄었다. 준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제품을 가리킨다. 비내구재인 서적(-9.1%)은 지난 6월 이후 감소폭이 더 커졌고, 의약품(0.6%)도 지난 6월 (0.3%) 수준에 머물러 있다.
9월 소매판매 증가율 5.5%
‘메르스’ 직전보다 2.4%p 높아
승용차·음식료품 큰폭 증가 탓
백화점·대형마트만 증가세 전환
준내구재·전문소매점 찬바람 여전
소비심리, 자영업자들 특히 낮아 ■ 백화점·대형마트만 훈풍
업태별로도 소비 흐름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메르스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난 쪽에 속한다. 백화점은 지난 6월 판매 감소율이 13.9%에 이르렀고 7월·8월엔 감소율이 각각 1.5%, 5.4%로 줄었다가 9월에야 증가세(4.2%)로 돌아섰다. 대형마트도 지난 6월 12.9% 판매가 줄어든 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9월에 판매가 8.3% 늘었다.
가전제품대리점이나 문구·오락용품 판매점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가전·컴퓨터·통신기기 전문소매점은 지난 9월 판매가 1년 전보다 2.6% 감소했다. 문화상품 소매점 역시 같은 기간 판매가 16.7%나줄었다. 홈쇼핑도 지난 9월에 판매가 줄었다. 이런 결과는 최근 소비 개선 흐름이 정부 정책이 집중된 일부 품목이나 업태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소비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코리아그랜드세일 등 백화점·대형마트와 자동차업체를 겨냥한 물건값 할인행사와 세금(개별소비세) 인하를 단행했다.
■ 소비 심리는 여전히 꽁꽁
소비심리도 메르스 직전 수준까지 회복은 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메르스 충격이 컸던 지난 6월(99)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수준은 2013년 10월~2014년 10월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2년 간 최고점(2014년 1월·109)보다 4포인트 낮다.
특히 직업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소비심리는 차이가 크다. 지난 10월 봉급생활자의 소비지출전망은 112이나 자영업자는 101이다. 월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10월 소비지출전망은 99~106이지만 300만원 이상인 경우엔 112~114에 이른다. 봉급생활자보다 자영업자가, 소득이 많은 사람보다는 낮은 사람의 소비심리가 상대적으로 나쁘다는 뜻이다. 소비지출전망은 조사시점 보다 6개월 뒤 소비를 더 늘린다는 응답이 많을수록 높은 지수가 나온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품목별 소매판매 증감률
‘메르스’ 직전보다 2.4%p 높아
승용차·음식료품 큰폭 증가 탓
백화점·대형마트만 증가세 전환
준내구재·전문소매점 찬바람 여전
소비심리, 자영업자들 특히 낮아 ■ 백화점·대형마트만 훈풍
판매 업태별 소매판매 증감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