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티몬 24시간 내 배송으로
생필품 판매액 20배·68% 증가
‘3시간·1시간’ 내 배송 이름달고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도 가세
생필품 판매액 20배·68% 증가
‘3시간·1시간’ 내 배송 이름달고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도 가세
‘장바구니 전쟁’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자본력을 무기로 골목상권을 거침없이 삼켰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들이 온라인쇼핑의 기린아인 쿠팡·티몬 등 이(e)코머스 기업들한테 역공을 당하면서 ‘생필품 시장’을 두고 배송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배송 전쟁은 익일 배송에서 당일 배송으로, 3시간 배송에서 1시간 배송으로 속도 경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배송 전쟁의 서막은 온라인 유통업체가 열었다. 지난해 3월 쿠팡은 ‘쿠팡맨’이라는 자체 배송 인력을 채용해 9800원 이상 쿠팡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쿠팡맨의 친절하고 빠른 배송에 대해 후기를 공유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쿠팡의 매출은 급격히 올랐다. 장바구니 쇼핑객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식품과 생활용품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0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소셜코머스 티몬도 배송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0월 티몬은 생필품 전용 쇼핑몰인 ‘슈퍼마트’에서 상품을 사면 24시간(늦어도 익일) 안에 배송받을 수 있는 ‘슈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날부터 당일 새벽 5시 전까지 주문을 마치면 그날 곧바로 장바구니를 받아볼 수 있다. 다만 강남·서초·송파·강동·은평·마포 등 서울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가 한정된다. 티몬은 슈퍼배송 출시 이전인 8월에 견줘 지난달 슈퍼마트 판매액이 68% 늘었다고 밝혔다. 티몬은 내년 2월까지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 등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들은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온라인 전담 물류·배송센터를 마련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에 온라인주문만 전담하는 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 장안센터’를 서초와 상계센터에 이어 세번째로 열었다. 이 센터는 신선식품 등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을 주문 뒤 3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게 한다. 홈플러스는 배송시간을 더 단축했다. 9월 서울 강서점, 11월 잠실점의 순서로 모두 2곳에서 오토바이 퀵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퀵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1시간 안에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마트도 양재·분당·죽전 등 수도권 남부 당일 배송을 책임질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를 열었다.
이런 움직임은 온라인쇼핑의 급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에 머물던 장바구니 고객마저 온라인에 뺏길까 저어하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곤혹스러움이 반영돼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쇼핑 판매액(45조3020억원)은 2013년(38조4980억원)에 견줘 17.7% 증가했다. 이 기간 대형마트 판매액은 3.5%, 슈퍼마켓 판매액은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 대형마트 홍보담당자는 “온라인 쇼핑몰에 매출을 빼앗기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 쇼핑몰이 지닌 신속함과 편리함을 갖추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결국 얼마나 빠른 배송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지가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업체별 빠른 배송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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