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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성공단 바자회에 웬 ‘메이드 인 차이나’?

등록 2016-02-24 01:06수정 2016-02-24 01:41

롯데백화점 행사장 가보니
전혀 관계없는 의류브랜드만 6개
개성공단상회 등 상품은 못 끼어
백화점 “협력업체 돕기위한 행사”
사진 윤영미 선임기자
사진 윤영미 선임기자
23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9층의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행사 매장.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상품 판매대의 상품을 살펴보니 원산지가 중국·베트남 등 외국으로 표시된 제품이 수두룩했다. 또 코오롱스포츠, 라푸마, 프로스펙스, 네파 같은 대기업 계열이나 인지도 높은 브랜드 상품은 눈에 많이 띄었지만, 영세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자체 브랜드 상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롯데백화점이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를 입게 될 입주 협력사를 돕는다는 취지로 열고 있는 ‘개성공단 패션 대바자’ 판매 상품의 상당수가 개성공단과는 상관없는 외국이나 남한에서 생산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25일까지 본점과 영등포점에서 여는 이번 행사에 14개 협력사, 3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바자에는 라푸마·리본·리베도·벨리시앙·돌체비타·마리아니 등 개성공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의류 브랜드 6개가 참여하고 있었다. ‘개성 패션 대바자’라는 행사 이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 쪽은 “행사 시작할 때 참여했던 개성공단 입주 업체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들이 이번주부터 행사에서 빠져 그 자리에 6개 브랜드가 들어왔다. 갑자기 기획된 개성 바자회 기간에 원래 행사하기로 예정돼 있던 브랜드들”이라고 해명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원청 의류업체들도 개성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외국에서 만든 제품을 더 많이 팔고 있었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다운재킷 일부는 국산이었지만, 나머지 다운재킷과 등산화는 베트남산이었다. 네파도 한국산으로 표시된 등산화 외에 등산재킷은 베트남산, 구스재킷은 미얀마산이었다. 또 케이투(K2)는 등산화는 한국산이었지만 등산바지는 인도네시아, 등산재킷은 베트남으로 원산지가 표시돼 있었다.

개성공단에 직영공장을 둔 신원·인디에프·서도·코튼클럽이 팔고 있는 상품도 일부만 개성에서 생산된 것일 뿐 상당수가 중국·방글라데시·베트남·필리핀에서 생산된 제품이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싸게 판다길래 왔다”는 한 소비자는 골라 든 속옷의 원산지가 베트남으로 표시된 태그(꼬리표)를 보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피해가 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개성에서 생산하는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나, 자체 브랜드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개성공단 내 제이패션, 오오엔육육닷컴, 범양글러브·평화유통 같은 중소업체는 바자회에 끼지 못했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개성공단상회’도 판로가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시스브로’의 한 관계자는 “큰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보상을 못 받을 처지인 영세·중소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자체 브랜드 상품은 판로가 없어 막막한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고 자체 유통망을 탄탄하게 갖춘 원청업체들이 외국에서 만든 제품까지 ‘개성’을 내걸고 파는 것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쪽은 “협력업체 중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원청·하청으로 생산하는 피해업체들의 자금 회전을 돕기 위한 상생협력 차원에서 재고상품 판매행사를 기획했다. 마진도 최대 20%포인트 내리는 등 이익을 남기려고 연 행사가 아니고, 개성공단 제품만 판매하려던 행사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롯데 쪽은 “협력사들을 가능하면 빨리 지원하려다 보니 다른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을 행사에 참여시키지 못했다. 나머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추가로 열기로 결정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날 오전 11시가 좀 넘어서부터 ‘현재 행사 진행 중인 리본, 리베도, 벨리시앙, 돌체비타, 마리아니 브랜드는 개성공단 바자회와 관련이 없는 행사임을 알려드립니다. 쇼핑에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행사장에 내걸었다.

글·사진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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