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이마트가 불지핀 ‘최저가 전쟁’
소셜코머스·오픈마켓까지 번져
타업체 동향 실시간 점검하며
찔끔 더 내리고 ‘최저가’ 선언
묶음 단위 달라 비교 쉽지 않아
더 싼 곳은 대개 대량 구매 요구
쿠폰·시한 등 구매 조건도 다양
“무분별 최저가마케팅 시정해야”
소셜코머스·오픈마켓까지 번져
타업체 동향 실시간 점검하며
찔끔 더 내리고 ‘최저가’ 선언
묶음 단위 달라 비교 쉽지 않아
더 싼 곳은 대개 대량 구매 요구
쿠폰·시한 등 구매 조건도 다양
“무분별 최저가마케팅 시정해야”
평소 소셜코머스에서 아이 분유와 기저귀를 사던 김지현(37·주부)씨는 이마트가 최저가로 분유와 기저귀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전 이마트에서 기저귀를 샀다. 그러나 최근 다시 소셜코머스와 오픈마켓 업체들이 “우리가 진짜 최저가”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김씨는 혼란에 빠졌다. 김씨는 “이마트가 최저가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다른 업체들도 모두 최저가라고 하니 누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시작한 ‘최저가 전쟁’이 소셜코머스에 이어, 오픈마켓까지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구매상품 물량과 한도, 배송료 유무 등 기본적인 구매조건조차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이에 업체들이 너도나도 외치는 ‘최저가 선언’은 사실상 소비자가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저귀·분유 등 공개경쟁이 붙은 몇몇 품목에 대해선 10원 단위도 아닌 1원 미만 단위로 가격을 내리면서 업체 간 최저가 지위가 바뀐다. 결국 ‘최저가 선언’의 진실성이 퇴색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 여성용품, 커피믹스 등 매주 한 제품씩 유통 경로 전체를 통틀어 최저가 판매선언을 하고 있다. 이에 경쟁업체들도 일제히 “우리가 최저가”라고 맞대응 중이다. 쿠팡은 “쿠팡은 늘 최저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고, 위메프는 “기저귀, 분유를 시작으로 매주 새로운 최저가 상품들을 확대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티몬 쪽도 “대부분 생필품을 대상으로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롯데마트는 “분유, 기저귀 등을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최저가 전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던 오픈마켓 업체 지마켓도 지난 14일 “분유·기저귀 등 생필품 최저가 전쟁에 뛰어든다”고 뒤늦게 선언했다. 업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실상 최저가 판매를 하지 않은 업체들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 소비자들은 어디서 기저귀와 분유를 제일 싸게 살 수 있을까. 16일 오후 12시 기준으로, 각 업체들의 온라인몰을 통해 가격을 조사해 본 결과,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4단계)’은 티몬이, ‘임페리얼 XO 3단계 분유(800g)’는 지마켓(G9)이 가장 싸게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비교엔 함정이 있다. 각 업체별로 상품 물량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뜻 티몬과 지마켓의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 기저귀 가격은 각각 장당 294.23원과 299.58원으로, 다른 업체보다 저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가격은 장당 303.94원인 롯데마트 기저귀 상품보다 3~4배 많은 물량의 구입을 전제로 설정된 것이다. 롯데마트 76개들이 상품은 티몬 312개들이에 견줘 장당 9.71원씩 738원이 비싸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 돈을 아끼려고 기저귀 물량을 4배나 사야한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구매조건의 함정’을 슬쩍 가린 채 일단 최저가라고 외치고 본다. 최저가 마케팅에 유인된 소비자가 미끼 상품을 사는 김에 다른 상품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외치지 않는 게 손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최저가 전쟁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이마트가 최저가 마케팅을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소비자에게 되레 비싼 업체로 인식될 수 있어서 같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사실 여부를 책임지지 않는 ‘최저가 마케팅’으로 업체들이 소비자를 사실상 기만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를 시정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온·오프 유통업체 가격전쟁 선언 기저귀·분유 가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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