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가구 디자인을 수출하기로 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본사에서 만난 퍼시스의 이종태(60)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인 에스엠(SM)밀라니와 1인용 소파 디자인 수출 계약을 맺은 사실을 내세웠다. 계약금 12만5천달러와 함께 5년간 매출의 10~15%를 받는 러닝 개런티 계약이다. 퍼시스는 2012년에도 미국 사무가구업체 트렌드웨이와 디자인·기술 이전 계약을 맺어 13년간 600만달러(약 68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이 대표는 “디자인 수출이 초기라 아직 로열티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자인에 관한 한 구미 업체들에게 밀리기 때문에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거나 로열티를 주고 디자인을 빌려 쓰는 게 ‘관행’인 상황에서 국내 가구업체가 로열티를 받고 디자인을 빌려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퍼시스가 디자인에서 앞서가는 것은 컬러(color), 소재(material), 마감(finishing) 등 세 가지 요소에 주력하는 시엠에프(CMF) 전략 덕분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퍼시스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인 벨리니와 멘디니, 세계적 트렌드 정보 기획업체 넬리 로디 등과 계약해 디자인·컬러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디자인 경영’은 1983년 창업 때부터 엔지니어 출신인 창업자 손동창 회장이 ‘제품을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해온 창업정신의 결과”라고 말했다. “부품과 부속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자재를 관리하며 질 좋은 가구를 만들려다 보니 외주 제작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퍼시스그룹은 사무가구 ‘퍼시스’를 비롯해 생활가구 ‘일룸’, 의자 브랜드 ‘시디즈’ 등 3개 브랜드 제품 모두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30여년에 걸친 디자인 경영이 인정을 받아 올해 중소기업청의 ‘월드 클래스 300’ 기업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한국 하면 ‘가구 1위’라는 말이 나오도록 최고의 가구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며 “퍼시스가 계속 앞서가야 한국 가구산업의 경쟁력도 생긴다”고 했다.
이 대표는 생산직 직원들의 자발성도 질 좋은 가구를 만드는 힘이라고 소개했다. “‘경영이란 모든 직원이 함께하는 것’이란 이념을 가진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해 10년 전부터 생산 현장을 소회사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조직을 작게 나눠 직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니 사기가 높아졌습니다.” 소회사 직원과 본사 직원은 급여 등 모든 근로조건이 똑같다. 기존 조직체제라면 주임, 반장에 머물렀을 생산직 직원들이 이젠 소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관리 단위가 작다 보니 소회사 대표와 직원들의 소통도 긴밀하게 이뤄져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했다.
퍼시스그룹은 거래 파트너들과의 ‘공생’에도 힘을 쏟는다. “회사 ‘가치관 핸드북’에 핵심 가치로 ‘공생’을 담아 대리점·협력업체들을 공생해야 하는 동업자로 인식하도록 직원 교육을 합니다.”
이 대표는 “공생 정신이 시너지를 내 3개 브랜드를 합쳐 퍼시스그룹 매출이 지난해 4천억원에서 올해 5천억원 이상으로 20% 이상 늘고, 순이익률도 9%대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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