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이르면 올해 항공여객 1억명 시대
국적 저비용 항공사 약진이 일등공신
상반기 여객 4980만명 중 30% 차지
2006년 애경그룹 제주항공 첫 출범
대한항공 진에어로 가세 움직임에
금호아시아나 “왜 하나” 부정적 태도
소비자호응 폭발에 1년 만에 뒤집어
중국·일본·동남아 여객수 급증세
저비용 항공, 관광 수요와 ‘짝짜꿍’
호주·하와이 등 장거리노선 넘보고
외국계와 손잡고 공동운항 광폭 행보
이르면 올해 항공여객 1억명 시대
국적 저비용 항공사 약진이 일등공신
상반기 여객 4980만명 중 30% 차지
2006년 애경그룹 제주항공 첫 출범
대한항공 진에어로 가세 움직임에
금호아시아나 “왜 하나” 부정적 태도
소비자호응 폭발에 1년 만에 뒤집어
중국·일본·동남아 여객수 급증세
저비용 항공, 관광 수요와 ‘짝짜꿍’
호주·하와이 등 장거리노선 넘보고
외국계와 손잡고 공동운항 광폭 행보
“우리는 그런 거에 별로 관심 없어요. 왜 우리가 그걸 합니까?”
지난 2007년 6월11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한 언론사 기자가 대한항공의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설립에 대해 묻자, 박 회장은 “엄연히 분야가 다른데 대한항공이 저비용 항공을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해나갈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박 회장은 불과 1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10월 저비용 항공사 에어부산을 설립했다. 게다가 올해 7월11일 또 다른 저비용 항공사 에어서울까지 취항을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존 아시아나항공 외에 저비용 항공사를 2개나 설립한 것은 국내 저비용 항공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과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개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독과점 체제였던 국내 항공시장은 저비용 항공사의 약진으로 양적·질적 급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적 저비용 항공사들은 출범 10년 만에 국내선 시장을 절반 넘게 차지한 데 이어, 국제선 시장에서도 파이를 늘리기 위해 외국 저비용 항공사들과 공동운항 연합체를 구성하며 ‘짝짓기’에 한창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항공여객 수는 역대 상반기 최고 실적인 4980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수치다. 현재 추세라면 이르면 올해, 적어도 내년엔 항공여객 수 연간 1억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항공여객 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8941만명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는 5년 전인 2010년(6028만명) 대비 50%가량 증가한 수치다.
여기엔 국적 저비용 항공사들의 약진이 큰 공을 세웠다. 올해 상반기에 우리 저비용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6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 폭증했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상반기 기준) 이들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수송 분담률도 2012년 6.8%에서 2016년 17.9%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현재 국제선 여객기를 타고 한국을 오가는 여객 5~6명 가운데 한명꼴은 우리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중국·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저비용 항공사의 국제선 노선이 확대된 결과다.
국내선에서 우리 저비용 항공사의 여객수송 분담률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여객 수는 837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나 증가해 수송 분담률이 2012년 43.1%에서 2016년 56.3%로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국내외 항공여객 4980만명 가운데 국적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 이는 1462만명으로 세명 가운데 한명꼴인 셈이다.
이와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이르는 국적 대형 항공사의 여객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처졌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는 1625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국내선 여객 수는 649만여명으로 6.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 김계흥 사무관은 “국제선·국내선 가릴 것 없이 항공여객 수 증가세는 저비용 항공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저비용 항공사들의 이러한 약진은 애경그룹 제주항공이 2006년 6월 처음 날개를 펴면서 시작됐다. 운항을 시작한 첫해 승객 18만7천명을 수송했고, 이듬해인 2007년에는 63만8천명으로 탑승객이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2008년 7월 취항에 나섰고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이 잇따라 진출해 6개사 체제가 됐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두번째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 국제노선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 노선들을 넘기기 위해 설립됐다. 저비용 항공에 대한 소비자의 큰 호응이 국내 항공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은 셈이다. 실제 한-일 노선에서 우리 저비용 항공사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36.4%로, 지난해 동기보다 8.6%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은 21.7%로 오히려 4.2%포인트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 노선을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서울에 넘길 경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저비용 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 최소화, 항공기 기종 통일, 온라인 예매와 항공권 직접판매 비중 확대 등으로 소비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리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항공 수요와 외국관광 수요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저비용 항공 산업과 외국관광 수요의 상관관계는 지역별 항공여객 실적만 봐도 확연하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실적은 미주·유럽 노선은 5% 남짓 증가한 반면에, 저비용 항공사의 주력 무대인 중국·일본·동남아 항공여객 실적은 15~21%대의 두자릿수로 폭증했다.
이런 수요를 확인한 우리 저비용 항공사들은 중국·일본·동남아 단거리 국제노선에 머물지 않고 중장거리 노선까지 넘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주항공이 지난 7월에 동남아에서도 중거리 노선인 인천~푸껫, 인천~코타키나발루에 취항했고, 진에어는 장거리 노선 추가를 앞두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장거리 노선인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 지난해 12월 취항한 데 이어, 올해 12월엔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스에 주 2회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존 단거리 국제노선에서도 운항편수를 늘리거나 신규 노선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인천~도쿄 노선을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린 데 이어, 7월에는 인천~삿포로 노선에 새로 취항했다. 지난해 11개의 국제노선을 개설한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인천~타이베이 등 4개 국제노선을 만들었고, 7월에는 인천~나리타에도 비행기를 띄웠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 저비용 항공사들끼리의 합종연횡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국적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올해 1월에 출범한 ‘유플라이(U-FLY) 얼라이언스’에 지난달 27일 가입했다. 이는 홍콩과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홍콩 익스프레스, 러키에어, 우루무치에어, 웨스트에어 등 4개 항공사로 이뤄진 저비용 항공사 연합체다. 이스타항공은 이 연합체가 보유하고 있는 95대의 항공기와 170여개 노선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제주항공도 지난 5월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저비용 항공사들과 항공 연합체인 ‘밸류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 연합체는 필리핀,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타이의 저비용 항공사 8곳으로 구성돼 176대의 항공기가 160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취항지를 대폭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제주항공 양성진 전무는 “우리 저비용 항공사들이 국제선 신규 노선을 확장하고 외국계와 손잡고 공동운항 증편에 적극 나서면서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하던 노선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자 항공여객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제주항공 제주~김포 첫 취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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