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13억 받아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와 유통사업 실적 부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는 가운데, 실제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 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상반기에 2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반기보고서를 보면, 롯데쇼핑은 상근 등기임원(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에게 상반기에 8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보수(6억2500만원)보다 많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의 총괄회장 집무실 ‘관할권’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어간 뒤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업무보고를 전혀 받지 못해 경영에 관여할 여건이 아니었는데도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또 그는 법원에서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이 논의될 정도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이다.
더욱이 롯데쇼핑이 올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경영 사정을 감안하면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직 유지와 급여 수령은 논란일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7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9.2% 줄었다. 실적 부진과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가 겹친 탓에 지난해 9월 29만원대였던 롯데쇼핑의 주가도 현재 20만원 수준으로 1년 만에 31%나 떨어졌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으로 지난달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호텔롯데 비상근 등기임원 자격으로 상반기에 급여 8억5000만원과 상여금 4억9600억원 등 모두 13억4600만원을 받았다. 비상근 임원으로 경영에 기여한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80억원대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로 기소돼 오히려 회사에 손실을 입힌 장본인에게 ‘보너스’까지 지급한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너 일가와 그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합리적 기준 없이 오너 일가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며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에, 고령이나 비리로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고액 보수를 지급하는 문제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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