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의 명품 브랜드 ‘시그니처’ 매장. 엘지전자 제공
독일 IFA서 ‘초프리미엄 제품’ 공개
밀레·보쉬 등 현지 가전 아성 맞서
디자인·기능·내구성 최고수준 과시
사물인터넷 연계한 스마트홈 강조
친환경 등 강조 유럽 제품과 차별화
40%나 되는 빌트인 시장 공략 주력
밀레·보쉬 등 현지 가전 아성 맞서
디자인·기능·내구성 최고수준 과시
사물인터넷 연계한 스마트홈 강조
친환경 등 강조 유럽 제품과 차별화
40%나 되는 빌트인 시장 공략 주력
‘명품 가전으로 유럽 장벽 넘어라.’
지난 2일 독일 베를린 베를린메세에서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IFA·이파)는 명품 가전을 앞세운 우리나라 업체들과 ‘텃밭’을 내주지 않겠다는 유럽 토종 명품 가전 업체들의 격전장이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디자인·성능·기능·내구성을 최고 수준으로 높인 ‘초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우자, 밀레·보쉬·지멘스·필립스·그룬디히·아에게(AEG) 같은 유럽의 전통 명품 가전업체들이 친환경과 사용 편리성을 좀더 강조한 제품으로 시장 이탈을 단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엘지는 “명품을 자부한다”는 ‘엘지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을 앞세웠다.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을 지원하는 대용량 양문형 냉장고, 세탁통이 둘 달린 ‘트윈 워시’ 세탁기, 고급 공기청정기, 대형 올레드(OLED) 텔레비전이 핵심이다. 4가지 품목 최고 제품의 가격을 합치면 5800여만원에 이른다. 엘지는 지난해 말 엘지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먼저 선보인 이후 유럽시장에서는 올레드 텔레비전만 판매해왔으나 이번 이파를 계기로 나머지 제품들도 공급하기로 했다.
엘지는 제품들을 이파 전시장과 베를린 시내 주요 가전양판점마다 선보이고, 전시장 정원에 ‘엘지 시그니처 갤러리’를 꾸며 이들 제품의 기술과 본질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보여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77인치 크기 올레드 텔레비전, 55인치 올레드 216장을 이어붙여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올레드 터널’도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엘지전자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은 “엘지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과 함께 빌트인 제품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앞세워 유럽 명품 가전 시장에서 현지 토종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와 삼성은 세계 가전시장에서 각각 품목별로 점유율 1·2위로 앞서가고 있고, 우리나라와 북미 등의 지역에서는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선 아직 프리미엄 제품 대열에 들지 못하고 있다. 기라성 같은 토종 명품 가전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명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프리미엄 수준 가격표를 달기 어려워 채산성이 떨어지고, 성장을 이어가기도 어렵다.
삼성 역시 프리미엄과 빌트인을 강조하고 나섰다. 작은 입자(퀀텀)를 활용한 소재로 화면의 선명도를 개선하는 ‘퀀텀닷’ 기술 기반의 초고화질(UHD) 텔레비전과 모니터, 위가 냉장실이고 아래가 냉동실인 유럽형 냉장고에 사물인터넷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첨가한 ‘패밀리 허브’, 세탁 중간에 간편하게 세탁물이나 세제를 더할 수 있는 ‘애드워시’ 세탁기 등을 내세웠다. 삼성은 개막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패밀리 허브가 주방을 가족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바꿔주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자녀나 남편이 패밀리 허브 화면을 통해 생일 축하 깜짝 메시지를 전하고, 거실이 아닌 주방에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셰프 컬렉션 빌트인’이란 브랜드로 유럽 빌트인 생활가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셰프 컬렉션 빌트인은 삼성 ‘클럽 드 셰프’ 소속 세계 최정상 미슐랭 셰프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획된 제품들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유럽의 생활가전 시장은 빌트인 제품 점유율이 높다. 미국 가전 시장의 빌트인 비중은 15%에 그치는 데 견줘 유럽은 40%에 이른다. 앞서 인수한 미국의 럭셔리 주방가전업체 브랜드 ‘데이코’를 앞세워 빌트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가전 글로벌 매출의 절반 정도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발생하고, 삼성전자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구실도 한다. 프리미엄 제품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듬뿍 담은 만큼 비싸도 먹힌다”고 덧붙였다.
일본 업체들의 명품 지위 지키기와 중국 업체들의 유럽 시장 개척 노력도 치열하다. 소니·파나소닉 같은 일본 가전업체들은 시장점유율 경쟁에선 우리나라와 중국 업체에 잇따라 밀리고 있지만 명품 이미지에서는 여전히 앞서 있다. 하이얼과 티시엘(TCL) 같은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이 둔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성장을 이어가지 못할 처지로 몰려 있다. 조성진 사장은 “중국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삼고 있는데,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삼성전자 명품 냉장고 ‘패밀리 허브’.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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