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아직 ‘커피 한 잔 값’이 오르진 않았지만, 원두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가격 인상이 다가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국제커피협회(ICO)의 원두가격종합지표를 보면, 지난 1월 파운드당 106.74센트까지 떨어졌던 원두값은 12월9일 129.64센트로 21.5%나 올랐다. 지난달엔 파운드당 155.52센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품종의 경우 지난 1월 파운드당 최저 71.68센트에서 9일 98.56센트로 값이 37.5%나 올랐고, 아메리카노 등 즉석 제조 음료의 원료로 쓰이는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콜롬비아 마일드 기준)도 같은 기간 19% 올랐다.
원두값 상승 이유로는 이상기후가 꼽힌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 엘니뇨가 지속돼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원두 파종 뒤 생육기간 내 로부스타 주요 산지인 동남아에서 가뭄이 이어졌고 중남미 역시 이상고온으로 커피 공급량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원두값 인상이 아직 국내 소매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스타벅스·동서식품 등 주요 커피업체들은 올해 원두값 인상분을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가격을 올릴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선물거래로 대부분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원두값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또 카페의 경우는 원두값보다 인건비·지대 등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원두 재고량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이다. 김승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올 초 신흥국 화폐가 약세를 보이며 콜롬비아·브라질 등이 커피 수출의 호기를 맞았고, 그 결과 원두 재고량이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 겨울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공급량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선물가격이 3~6달가량 지연돼 원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서식품의 4분기 이후 원가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경우 올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미국 스타벅스는 2차례, 중국 스타벅스는 1차례 가격을 인상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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