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닭고기 값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농림축산식품부의 요청으로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했다. 지난주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비비큐(BBQ) 사례와 똑같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이마트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이마트는 23일부터 전국 147개 전 점포에서 판매하는 백숙용 생닭(1㎏) 가격을 15% 인상했으나 바로 다음날인 24일부터 다시 원래 가격으로 내렸다. 5180원에서 5980원으로 800원 올랐던 백숙용 생닭 가격은 5180원으로 되돌아갔다.
이마트는 전날 “닭고기 산지 시세가 지난해 3월17일에 1301원이었는데 올해 같은 날짜에 1700원으로 30%가량 인상돼 이를 반영했다”며 40여일 만에 닭고기 값을 올렸다. 하지만 하루 만에 “업계 1위가 가격을 인상하면 동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인상 자제를 요청해와, 내부 논의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인상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쪽은 “우리가 민간기업의 가격 조정권을 통제할 권한은 전혀 없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브라질산 닭고기 파문 영향 등으로 소비자들이 닭고기를 멀리하고 있어 시점이 별로 좋지 않아 인상을 보류해달라고 협조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규제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가 민간업체에 ‘부탁’할 경우 압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농식품부가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비비큐가 치킨 가격을 10% 안팎 인상한다고 밝히자, 농식품부는 유통업계가 조류인플루엔자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비비큐는 결국 ‘백기’를 들고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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