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입맛에 맞춰 와인 블렌딩해드려요”…‘AI 소믈리에’ 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시범 운영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맛으로 조합해줘
시중 호텔들 앞다투어 ‘와인 마케팅’ 나서
대형마트에서도 와인이 소주 인기 앞질러

즉석 와인 제조기 ‘빈퓨전’이 고객 주문대로 와인을 제조해 맛보게 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제공

인공지능(AI) 기술로 고객 입맛에 맞춰 와인을 제조해주는 ‘인공지능 소믈리에’가 등장해 화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호텔 내 식당인 그랜드 키친에서 6월4~10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색 와인 체험행사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호텔이 도입한 기계는 영국의 캠브리지 컨설턴트라는 디자인 컨설팅 기업이 만든 ‘빈퓨전’이라는 일종의 즉석 와인 제조기다.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 등 대표적인 4가지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보관돼 있는데, 시음자가 바디감(풍미), 강도(묵직함), 당도(달기)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와인을 섞어(블렌딩해)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가볍고 단’ 와인을 즉석에서 제조해 따라주는 식이다.

단순히 와인을 제조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빈퓨전이 사진을 찍어 만족도를 체크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마셨을 때 미묘하게 변하는 얼굴 표정을 감지하는 것이다. 만족도를 토대로 지금 마신 와인과 가장 흡사한 맛의 시중 판매 와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호텔은 6월10일까지 그랜드 키친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고객에게 1회 무료 시음을 하게 해주고, 30일까지 유료(1만원대)로 제공할 계획이다. 호텔 관계자는 “영국에서 기계를 임대한 관계로 한시 운영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와인 맛을 찾으려는 와인 입문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호텔들도 다양한 와인 행사를 열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두 달에 한번씩 60여종 이상의 와인을 할인해서 파는 행사를 연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와인바 보칼리노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9시까지 11종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한잔에 1만원대)에 마실 수 있는 해피 아워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1924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양식당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인스 게이트는 지난해 아예 와인바로 식당 콘셉트를 바꿨다.

호텔의 공격적인 와인 마케팅엔 최근 커진 와인 인기 탓이 크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술족이 늘어나고, 음식과 함께 즐기는 ‘페어링’ 문화가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은 뷔페 식사를 하면 궁합이 맞는 식전 및 후식용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페어링 서비스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는 “원래는 분기에 한번 열던 와인 행사가 인기가 높아져 지난해부터 격월로 열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와인 구매량이 20% 이상 증가했다. 구매할 때 음식과의 궁합인 페어링을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포시즌스 호텔 관계자는 “한동안 호텔에서 칵테일의 인기가 높았는데 지난해부터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밖 유통가에서도 와인은 뜨거운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마트 집계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와인은 처음으로 소주 매출을 앞질러 주류 가운데 맥주 다음인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20.9%나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평범한 맥주 맛에 질린 소비자들이 수입 맥주, 수제 맥주를 중심으로 풍미가 좋은 주류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엔 향과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와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