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의 ‘파인드카푸어’ 팝업매장서 가방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외국 명품 브랜드가 주름잡는 면세점 시장에서 국내 한 중소기업의 가방이 ‘대박’ 나 화제다. 면세점 사업자들도 중소업체 제품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적극적인 제품 유치에 나서는 모양새다.
화제의 가방은 2011년 설립된 플라톤벤처스의 여성 가방 브랜드 ‘파인드카푸어’의 핑크 핑고백이다. 이 제품은 올 2월 처음 롯데인터넷면세점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판매와 동시에 ‘완판’돼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면세점에서만 한달에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화들짝 놀란 롯데면세점은 오프라인 매장 개장을 제안하고, 지난달 명동 본점에 팝업매장을 열었다.
오프라인에 매장이 들어서자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한달 매출액이 20억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중소기업 패션브랜드 가운데 이미 자리를 잡은 엠시엠(MCM)에 이어 매출 2위를 차지한 상태다. 이같은 시장 반응에 롯데면세점은 아예 이 브랜드 매장을 상설화시키기로 결정하고, 다음달 1일 개장을 앞두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인드카푸어’의 핑크 핑고백. 롯데면세점 제공
독특한 제품 콘셉트와 중국인들의 입소문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면세점 쪽은 보고 있다. 이 제품은 가방을 먼저 선택한 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트랩(끈)을 다시 한번 고르는 방식이다. 똑같은 가방이 아닌 개성있는 연출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가격도 101달러(한화 11만2천원)정도여서 여성 가방에선 저렴한 편이다. 독특한 콘셉트와 싼 가격에 매료된 중국 관광객들이 앞다투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이 핑크핑고백은 현재 매달 2천개가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초 입점 때는 중국인 구매 비중이 5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9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경쟁적으로 구입하는 상황이다. 매장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다”고 말했다. 가방을 만든 플라톤벤처스의 이상백 대표는 “독특한 컬러와 세련된 디자인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 같다”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데 있어 면세점 입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란 측면이 강했던 면세점의 중소기업 브랜드 유치는 이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질적 변화를 불러오는 상황이다. 중소업체들에겐 문턱이 높아 보였던 면세점이 스스로 발 벗고 중소업체 제품을 찾아다닐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면세점의 ‘브랜드 품평회’다. 매월 각 제품 분야의 바이어들이 참여해 가능성이 보이는 중소업체 제품을 평가하고, 입점시킬 지를 결정한다. 파인드카푸어도 지난해 12월 이 브랜드 품평회에서 선정돼 입점이 된 것이다. 이밖에도 롯데면세점은 아예 2016년 6월부터 장선욱 대표이사 지시로 국내 중소업체 화장품 브랜드만을 모은 ‘블루밍 뷰티관’을 인터넷면세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14개 중소업체의 제품을 팔고 있으며, 반응이 좋은 4개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을 연 상태다. 올해 말에는 패션 쪽까지 영역을 넓혀 ‘블루밍 스타일관’을 명동 본점에 열 계획이다.
유승현 롯데면세점 패션액세서리팀장은 “파인드카푸어 사례로 볼 때, 국산 패션 브랜드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유망한 중소기업 브랜드 제품 유치를 위한 면세점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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