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사는 싱글족 직장인 김지민(31)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작은 핸디형 청소기를 구입했다. 애초 크고 성능 좋은 고가의 진공 청소기를 물색했으나, 결국 그가 선택한 건 작은 핸디형 청소기였다. 김씨는 “작은 원룸에 살다 보니 덩치가 큰 가전제품을 사기가 꺼려진다. 작은 제품이 보관도 편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해 자주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혼자 사는 1인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가전제품에도 작은 사이즈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가구의 집이 크지 않은 탓에 필요 이상으로 큰 가전을 사지 않는 실속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561만3천가구로 전체 가구의 28.7%를 차지한다. 대략 네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은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1인 가구 확산은 가전제품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크고 넉넉함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가전이 호황기를 맞은 것이다. 오픈마켓 옥션이 공개한 최근 한달(5월8일~6월7일) 동안 텔레비전·청소기 등 인기 생활·주방 가전 판매량을 보면, 작은 사이즈의 일부 소형 가전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은 소형 텔레비전이었다. 50인치 이상 대형 텔레비전 판매는 54% 감소했지만, 29인치 이하 소형 텔레비전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배(600%)나 늘었다. 아예 옥션은 지난 2월 1인 가구를 겨냥한 10만원대 32인치 텔레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직장인들의 필수품인 다리미도 작은 핸디형 제품이 인기다. 지난해보다 3배(227%)이상 팔렸다. 반면 부피가 크고 무거운 스탠드형 제품(-48%)이나 유선(-19%)제품 판매는 줄었다.
청소기 판매량 증가율 역시 보관이 편한 무선 제품(205%)이 유선청소기(37%) 판매를 뛰어 넘었다. 초소형 사이즈의 핸디형 청소기(63%)도 싱글족 증가와 더불어 인기가 올라가는 중이다. 선풍기도 작을수록 잘 팔린다. 특히 집게를 사용해 책상과 침대 등에 고정할 수 있는 집게·클립형 선풍기가 지난해에 비해 2배(136%) 이상 늘었다. 테이블 등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탁상·미니 선풍기(44%)도 인기다. 좁은 원룸이나 방에서도 별도의 자리 차지 없이 사용이 가능한 점이 싱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방 가전에도 소형화 바람이 거세다. 최근 인기가 높은 전기레인지의 경우 3구 이상의 대형 제품보다 1구(11%)또는 2구(22%) 제품의 수요가 더 높았다. 밥솥 역시 1·2인용인 미니밥솥(10%) 판매가 증가했다.
김충일 옥션 디지털실장은 “대형 가전이 주도하던 가전 시장 판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확산과 함께 소형 가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실속형 소비를 선호하는 싱글족들이 늘어나면서 소형 가전의 인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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