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에 몸에 해로운 당류와 트랜스지방이 과다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분 표시 의무가 없는 조리식품으로 분류된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안 빵집의 빵들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제과업체, 프랜차이즈, 대형마트 안 빵집의 빵 30개 제품에 대한 안전실태조사를 조사해 3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우선 빵 안의 당류 함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류의 과다 섭취는 비만·당뇨·심혈관계질환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30개 빵의 평균 당 함량은 66.9g이었다. 각설탕 22개 분량이다. 이는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당류 섭취 권고량 50g을 훌쩍 넘는다. 빵 100g당 함량으로 보면 18.6g인데, 이도 하루 권고치의 37.2%에 달한다.
소비자원이 빵을 어린이 기호식품의 위험을 색깔로 분류한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영양표시’에 적용했더니 ‘녹색’(낮음)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빵의 당 함량이 어린이에게 ‘위험 또는 주의 등급’이란 얘기다.
당류 함량이 높은 빵 제품들. 한국소비자원 제공(※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트랜스지방이 검출된 빵 제품들. 한국소비자원 제공(※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해 식품업계가 퇴출을 선언하고 있는 트랜스지방도 검출됐다. 트랜스지방은 미국에선 아예 지난해 6월부터 식품에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섭취를 하지 말아야 할 지방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조리식품으로 지정돼 표시의무가 없는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 안 빵집의 빵에서 트랜스지방이 높게 나왔다. 제과업체가 판매하는 가공식품 빵(6개)의 평균 트랜스지방 함량은 0.15g이었지만, 프랜차이즈·대형마트 안 빵집의 빵(24개)에는 평균 0.85g의 트랜스지방이 검출됐다. 또 15개 제품은 트랜스지방 함량을 0g으로 표시할 수 있는 기준인 0.2g을 초과했는데, 이들 제품의 14개(93.3%)가 프랜차이즈·대형마트 안 빵집에서 판매되는 빵이었다. 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 트랜스지방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영양성분 표시 허용오차 범위를 초과해 거짓 표기한 제품도 4개나 나왔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대형마트 안 빵집의 경우는 영양성분 허용오차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관련 업계에 자발적인 당류 및 트랜스지방을 낮출 것을 당부하고, 관계당국에 트랜스지방 표시 의무화 및 관리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