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관세 혜택에도…수입맥주·초콜릿 왜 비쌀까?

미·중·유럽제품 통관가격 5~35% 떨어졌지만
유럽 고가맥주 등은 외려 소비자가격 올라
초콜릿은 수입가격 대비 소비자가 최대 7배차

지난해 2월 경기도의 한 백화점 식품코너 주류가 진열 돼 있다. 연합뉴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 맥주와 초콜릿의 통관 가격은 내려갔지만, 소비자 가격은 외려 비슷하거나 일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6개 매장에서 판매되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산 맥주의 협정 발효 전후 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미국산 고가 제품은 리터(ℓ)당 591원, 저가 제품은 2732원 하락했다. 유럽연합 저가 제품은 1200원 내린 반면 고가는 112원 올랐다. 중국산도 저가 제품은 2520원 내린 반면 고가는 가격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정 발효로 유럽연합 제품은 통관 가격이 35.3% 내렸고, 미국 제품과 중국 제품도 각각 15.6%, 5.2%씩 떨어졌음에도 소비자들이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수입 경로와 방식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판매 단위별로는 낱개 구매가 묶음 구매보다 평균 36.1%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세법은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 맥주에 대해서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따라 묶음 수입 맥주에 대해서는 상시로 할인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소비자원은 분석했다.

올 상반기 수입 초콜릿 가격 현황을 살펴보면, 수입가격 대비 소비자 가격이 최대 7배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제품은 10g에 84.3원에 수입되는 데 비해 편의점에서 평균 303.5원(수입가격의 3.6배)에 판매됐고, 중국 제품(10g)은 수입가격 46.1원-백화점 판매가격 323.2원으로, 차이가 7배에 이르렀다. 수입가격 91.4원(10g)으로 가장 비싸게 들여오는 유럽연합 제품은 편의점(414.9원)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는데, 역시 가격 격차가 4.5배나 됐다. 유럽연합 제품의 경우 협정 체결로 통관가격이 22.1% 낮아진 반면, 미국 제품은 17.5% 올랐다.

소비자원은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귀속되지 않고 있다”며 “수입·유통업체들의 가격경쟁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소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