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아쉽게 뒤로하는 송년의 달을 맞아 쇼핑가가 북적이고 있다. 송년세일 대박에 이어 성탄절 특수를 노리는 백화점 쇼윈도우가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뿜고, 가족과 연인의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의 손길도 한결 가벼워졌다. 상반기만 해도 미적지근하던 소비심리는 하반기 들어 뚜렷하게 달아오르는 추세다. 2005년 하반기 한겨레 소비자 인기상품과 히트상품들은 내수경기 회복이라는 훈풍에 힘입어 돛을 올린 뒤 쾌속질주 중인 상품들을 가려 뽑았다.
쏘나타 SKT 애니콜 메가패스 센스…
브랜드가치 1위는 계속될래 쭈∼욱
자이 아파트에 햇살…싼타페 쌩쌩
올 하반기 인기상품으로 선정된 10개 부문의 25개 품목들은 대부분 상반기에 이어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브랜드 가치 1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승용차 부문에서 세차례나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레저용차에선 현대차의 산타페가 상반기 인기상품이었던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를 제치고 주 5일 시대의 선두를 달렸다.
통신과 가전 분야는 고급스러움과 첨단 이미지를 자랑하는 상품들이 역시 1위를 지켰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이동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애니콜이 이통통신 단말기 분야에서 인기상품으로 꼽혔다. 초고속인터넷은 케이티(KT)의 메가패스가 1위를 차지했다. 가전분야의 휘센·지펠·청풍무구·딤채·파브는 5형제 마냥 나란히 상반기의 입지를 지켰다. 또 컴퓨터와 프린터 분야에선 삼성전자의 센스와 휼렛팩커드(HP)의 포토프린터 시리즈가 명성을 이어갔다.
아파트 건설분야에서는 상반기에 삼성래미안이 인기상품으로 꼽힌 반면, 하반기에는 지에스(GS) 자이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로 꼽히는 이영애씨를 전속 모델로 쓰고 있는 자이는 광고 모델 만큼이나 아파트 브랜드로서 사랑을 받은 셈이다.
유통업계에선 롯데백화점·지에스홈쇼핑이 고객들이 가장 지갑을 열고 싶어하는 쇼핑 통로로 꼽혔다.
하반기 소비회복세가 탄력을 받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한 주식시장의 총아로는 미래에셋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아이-클래스1 홈트레이딩서비스(i-Class 1 HTS)가 선정됐다. 또 신용카드 부문에선 케이비(KB) 스타 카드와 삼성 티클래스 카드가 상반기에 이어 연거푸 인기상품으로 선정돼, 국민은행과 삼성카드의 시장 장악력을 재확인해줬다. 한국야쿠르트의 쿠퍼스는 윌의 성공에 이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탄탄히 개척하고 있으며, 태평양은 우리 화장품 업계의 맏형답게 상반기 아이오페 레티놀에 이어 스테디셀러 브랜드인 마몽드를 인기상품 순위에 올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순위권 바깥은 급물살, 그들의 도전이 있기에…
심사를 마치고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소비자 인기상품 조사를 거듭해 오면서 심사평을 쓸 때마다 각 부문별 인기상품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게 된다. 올해에도 레저용차 부문에서의 산타페, 아파트 부문의 엘지 자이, 증권 부문의 미래에셋 증권 정도가 지각 변동을 일으킨 브랜드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인기상품 조사에서 항상 1위에만 집중하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인기상품에 선정되지 못한 2, 3위를 비롯한 순위권 밖의 상품들에 주목해 보았다.
승용차 부문에서는 이번 하반기 조사에서도 상반기에 이어 소나타가 영예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에스엠7 이나 그랜져 티지, 에쿠스와 같은 대형차들의 급상승이 변화해가는 승용차 시장의 흐름을 보여준다. 레인콤의 아이리버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엠피3 부문에서도 애플 아이포드의 급상승이 눈에 띈다. 아파트 부문에서도 롯데 캐슬, 삼성 타워팰리스, 대림 이-편한세상, 현대 아이파크, 대우 푸르지오 등이 순위권 다툼을 하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서도 신세계가 본점의 리노베이션에 힘입어 2위로 올라섰으며 비은행계 카드 부문에서는 비씨카드가 선전을 하고 있다.
이렇듯 인기상품으로 선정되지 못한 제품들의 물밑 흐름을 살펴보다 보니, 제품군의 특징이 보인다. 예를 들어, 매번 인기상품 조사마다 순위 다툼이 심하거나, 드물긴 하지만 1위 상품이 바뀌는 제품군이 있는가 하면, 언제 조사를 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브랜드가 1위를 하며 순위 변동이 거의 없는 제품군도 있다. 앞서 얘기한 승용차·레저용차, 아파트, 증권·인터넷 증권, 온라인 자동차 보험 등이 전자의 대표적인 예라면, 이동통신 서비스·단말기와 초고속 인터넷 등의 통신, 가전, 음료, 주류 등이 후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 중에서는 구조개편의 바람 속에서도 은행과 생명보험이 꾸준히 브랜드간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제품군들은 시장 성숙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비교적 신생 제품군이거나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벌어지는 제품군이 많다.
기존 브랜드를 다소 업그레이드시킨 승용차의 신모델 출시나 아파트의 브랜드화 등은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반면, 순위권에 거의 변동이 없는 제품군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제품군으로서 특정 브랜드의 브랜드 영향력이 확고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변화해 가는 욕구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가며 기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위는 항상 많은 도전을 받고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빛나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2, 3위들이 있기에 그 자리가 더욱 값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는 것을 우리는 인기상품 조사를 통해 목격하게 된다.
배은정/에이씨닐슨코리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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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명 온라인조사 많이 팔았나 만큼 사고 싶나 등도 두루
어떻게 뽑았나
1997년부터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시행되는 ‘한겨레 소비자 인기상품’ 선정이 올해로 9돌을 맞았다. 한겨레신문과 에이시닐슨코리아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인기상품과 히트상품은 각각 소비자 조사와 전문심사위원단의 심사작업을 거쳐 가려진다.
인기상품은 전국의 18살 이상, 59살 이하의 소비자 2천명을 대상으로 제품구입률, 구입의향률, 신규구입률, 제품선호도 등을 기준으로 해서 온라인 조사를 거쳐 선정됐다. 단순히 많이 팔린 제품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향후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의향이나 제품 선호도 등을 두루 점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인기상품은 제품 고유의 브랜드력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고, 상반기에 이어 같은 브랜드가 대표 상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히트상품은 김경자 교수(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 이은희교수(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 신은희 에이씨닐슨코리아 이사(소비자조사 사업본부) 등 세명의 전문가 심사위원단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의 소비행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예컨대 기능성화장품 아토팜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늘어가는 세태를 반영한다면, 농협의 프리미엄 모기지론은 노후 생활자들의 선택을 보여주는 식이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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