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 전공 교수
[2005 하반기 소비자 히트상품]
히트상품 심사를 마치고
<장기 넘버원 상품의 법칙> 저자인 우메자와 노부요시는 시장에서 히트상품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소비자가 생활에서 느끼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존 시장에 있는 유사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자적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고 히트상품이 되기 위해선 소비자가 인식하는 필요(니즈) 뿐 아니라 소비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생활의 불편함과 불만 요인들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의 생활과 니즈는 그 시대의 트렌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트렌드란 일시적 유행과 달리 비교적 장시간(적어도 몇 년 이상) 지속되며 경제생활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가치관 변화를 동반하는 주된 흐름이다.
요즘 트렌드로 꼽히는 ‘웰빙’, ‘간편성’, ‘정신건강’ 등은 어느 한 집단에 국한된 관심사가 아니다. 단기간에 사라질 현상도 아니며, 의식주·여가·교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한 시대의 히트상품이 되려면 소비자 트렌드를 남보다 앞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트렌드가 지향하는 편익과 상품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선정한 후반기 <한겨레> 히트상품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간 안에 매출규모나 시장점유율이 급신장했거나 기존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어 유사제품과는 다른 독자적인 편익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평가된 상품들이다. 특히 1~2년 전에 출시돼 급격한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고 뒤이어 짧은 기간 안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증가시킨 제품들이 많다. 또 제품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잘 나가는 기존 제품을 뒤따르는 미투(me-too)형보다는 기존 시장의 여러 제품 특성을 혼합해 재창조한 선발형 제품이 많다.
히트상품을 살펴보면, 각 분야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잘 반영한 상품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공한 상품들이 ‘장기 히트상품’이 되려면 초기 상품 특성에 안주해선 안 된다. 트렌드에 편승해 기존 제품을 벤치마킹한 유사제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오늘의 히트상품은 일시적 유행상품에 그칠 수도 있다. 소비자는 트렌드를 추종하지만, 트렌드 안에서 이 제품, 저 제품을 향해 날아다니는, 쉽게 마음이 변하는 나비 같은 존재(butterlfy consumer)다.
김경자/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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