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매일신보에는 `보험외교원(보험모집인)의 협작'이란 제목으로 "보험 가입 후 허위로 사망 신고를 하고 보험금을 편취했다가 적발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손해보험협회는 27일 발간한 `보험범죄 조사' 책자에서 이 사건을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 사기로 소개했다. 1921년 국내 첫 보험사인 조선생명보험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난 뒤에 발생한 것이다.
또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을 한 첫 사건은 1975년 `박분례 사건'이다. 언니, 형부, 조카를 방화로 살해하고 시동생마저 우유로 독살한 뒤 총 147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세계 최초의 보험 범죄는 1762년 영국의 `이네스 사건'이다. 이네스라는 사람이 양녀를 피보험자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양녀를 독살하고 자산을 유산 상속자로 하는 유서를 위조했다가 적발돼 사형을 당했다.
손보협회 양두석 보험범죄방지센터장은 "보험은 공익성과 효용도 때문에 흔히 인류가 만든 최고의 경제제도로 불린다"며 "그러나 일확천금의 환상과 범죄 실행의 용이성으로 항상 보험 범죄라는 어두운 측면과 역사를 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보험사기는 1만6천513건, 사기 금액은 1천29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7.3%, 112.9% 급증했다. 보험 범죄는 보험사의 손실 뿐 아니라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전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요한 대재앙'으로 불린다. 보험 범죄로 새어 나가는 보험금은 연간 최소 1조3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손보협회는 보험 범죄자의 특징으로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고 죄의식이 결여돼 있으며 ▲단독범보다 공범이 많고 ▲공범은 비밀 유지가 쉬운 부부, 연인, 친.인척이 많으며 ▲금전 소유욕이 강하고 ▲안정적 직업이 없거나 소득에 비해 생활 수준이 높다고 소개했다.
양 센터장은 "고교생, 대학생 등 10대들이 가담한 보험 범죄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며 "보험 범죄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 사기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가칭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을 만들거나 형법에 보험 사기범 처벌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 (서울=연합뉴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