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테마파크 운영 방식마저 바꿀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국면에서 다중이용시설의 취약성이 드러난 터라, 코로나 국면 이후에도 비대면 서비스나 터치리스(비접촉) 기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테마파크의 모습이 바뀔 거란 얘기다.
국내 테마파크 ‘빅2’는 지난 1분기(1~3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롯데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롯데월드가 포함된 월드사업부문 매출은 459억원으로 전년 동기(741억원) 대비 3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6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에버랜드가 포함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매출(736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386억원이나 됐다. 적자 폭은 더 커졌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방문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실적 악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 기준 하루 평균 2만명이 방문했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후 방문객이 80~90% 줄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쪽도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입장객이) 감소했다”고 했다.
두 회사가 감염 예방 차원에서 방역과 놀이기구 운영에 제한을 뒀던 것도 비용 부담을 늘려 회사 매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월드는 △놀이기구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처럼 사람 손이 자주 닿는 쪽의 방역을 수시로 진행 △놀이기구 탑승객 간 거리를 띄우고, 대기간격 1~2m 유지 등의 조처를 취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매일 영업 종료 뒤 야간에 방역을 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관람형 놀이기구는 아예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도 롯데월드와 유사한 방역 조처를 하고 있다. 지난 5일 개장한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에서는 물 밖에서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방수 기능이 있는 아쿠아 백을 나눠주고 사물함 간격을 띄워서 운영한다고 했다. 테마파크의 특성상 시설을 ‘풀 가동’해 최대한 많은 손님을 모아야 수익성이 좋아지는데, 코로나 때문에 고객이 몰리는 걸 꺼리게 되는 모순적 상황인 셈이다.
국외 테마파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부터 전 세계 디즈니랜드를 폐쇄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최근 서서히 영업을 재개하고 있는데, 입장객에게 인기가 많은 이벤트를 없애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달 다시 문을 연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경우, 하루 입장객을 평상시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거리두기가 지켜지기 어려운 ‘캐릭터와 기념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재개장 시점을 엿보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랜드에서도 “군중을 모이게 하는”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시엔엔>(CNN)은 9일 “테마파크는 사람이 많이 몰리도록 구성된다. 감염병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놀이공원을 재개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테마파크의 운영 방식이 비대면·비접촉으로 크게 바뀔 거란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달 <시엔비시>(CNBC)는 향후 테마파크에서 매표 방식이 비대면 시스템으로 바뀌고, 식당에서도 직원과 접촉하지 않는 모바일 주문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거라 보도했다. 테마파크 설계업체 아이텍(ITEC)엔터테인먼트의 빌 코언 시이오(CEO)는 <시엔비시>에 “(코로나 이후) 사람이 하던 모든 것들을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로나 이전부터 테마파크에 키오스크 등이 도입되긴 했으나, 코로나 이후 대면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더 빠르게 전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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