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57)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달 중순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 대표는 미정이다.
7일 홈플러스는 “오전 중 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임직원들에게 발표했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개인적인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회사에 처음 밝혔고,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고 홈플러스 쪽은 전했다.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 승인일인 이달 중순께가 될 전망이다.
2017년 10월부터 홈플러스 대표를 맡은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로, 총수 일가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전형적인 ‘재무통’ 출신인 임 대표는 1998~2002년 코스트코코리아 재무부사장, 2006~2010년 바이더웨이 재무부사장, 2010~2013년 호주 엑스고그룹 재무부문장을 지냈다. 2015년 11월 홈플러스 재무부문장으로 영입된 뒤,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해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했다.
사장 시절 가장 관심을 끈 행보는 2019년 7월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이었다.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2900명)로, 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1%(228명)에 불과했다. 사업 측면에서도 일찍 오프라인 모든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점포 구조조정으로 노사관계마저 악화되면서 임 사장은 결국 퇴진하게 됐다.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7조3천억원으로 2018년도보다 5% 줄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를 위해 지난해 안산점, 대전둔산점, 대전탄방점, 대구점을 폐점하고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대주주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왔다.
후임 대표이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홈플러스 쪽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대표이사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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