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산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페이스북도 책임을 지게 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수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네이버나 쿠팡 같은 플랫폼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책임을 차등 부과한 점이다. 거래에 많이 개입한 플랫폼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기본 논지다. 중개만 한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일부 벗어났던 플랫폼도 이제 소비자 보호 의무를 더 많이 지게 된 것이다. 전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자의 책임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플랫폼 유형별로 살펴봤다.
기본적으로는 플랫폼 업체가 거래 기능을 의도했으면 더 많은 책임을 진다. 대표 사례가 인스타그램이 2018년 도입한 제품 태그다. 이는 제품 사진에 걸어놓은 태그를 누르면 구매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기능이다. 인스타그램 자체는 단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반면, 제품 태그는 전자상거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때문에 후자의 경우에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책임이 커진다.
전상법 개정안은 거래 관여 수준에 따라 플랫폼 유형을 3개로 나누고 있다. 제품 태그를 통해 팔린 물건에 한해 페이스북은 ‘연결수단 제공형’ 플랫폼에 해당한다. 3가지 유형 중 두 번째로 관여도가 높은 플랫폼이다. 이때 페이스북은 해당 업체나 개인사업자가 제대로 신원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를 지닌다. 입법예고된 안에는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도록 돼 있었으나 바뀌었다.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점업체 잘못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페이스북도 함께 배상 책임을 진다.
제품 태그 없이 물건을 판 경우에는 ‘정보교환 매개형’ 플랫폼에 해당한다. 가장 관여도가 낮은 플랫폼 유형이다. 이때 페이스북은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을 대신 해줄 의무를 지닌다.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 경우에도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런 책임을 진다. 단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일반 개인이 물건을 판매한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다. 인플루언서가 팔로어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제품 공동구매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오픈마켓이나 배달앱은 ‘중개형’ 플랫폼이다. 주문 접수 같은 기능을 직접 제공하기 때문에 관여도가 가장 높다고 본 것이다. 쿠팡,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배달의민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플랫폼과 관련한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의 피해 입증책임 여부다. 기존에는 플랫폼 잘못으로 주문이나 결제가 잘못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민사소송이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플랫폼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먹통’이 됐던 배달의민족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배민 쪽이 자발적인 피해 보상에 나섰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의 자발성 보상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플랫폼이 단독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앞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상법 개정안에도 플랫폼 단독 책임이 명시됐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으로 인한 오류는 플랫폼 이용사업자와의 연대가 아닌 단독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단독 책임이 더 적합하다는 학계 의견이 있어 가능성을 열어두고 막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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