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16대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대표적 철학자인 아우렐리우스가 쓴 일기 <명상록>의 필사본에는 원래 ‘자기 자신에게’(Ta eis heauton)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당시 로마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아우렐리우스는 위기 상황에서도 내면 깊은 곳의 생각을 살피며 무엇이 최선의 삶인지를 치열하게 생각하고 기록했다. 이러한 <명상록>은 세계 역사에서 위대한 저서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유명 지도자들의 애독서였다.
이처럼 한 개인의 성찰이 지닌 위대함을 보여준 아우렐리우스는 “인간의 일생은 그가 생각한 대로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생각하는 삶,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수많은 자극과 빠른 변화에 둘러싸여 다양한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다보면 자기 생각을 살피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또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도 ‘어떻게 성찰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누구도 분명하게 가르쳐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의사결정 문제에 관해 독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온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지프 바다라코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한 개인이 최상의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성찰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다차원적인 질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그는 4년간 방대한 고전 문헌을 두루 살피며 아우렐리우스를 비롯한 고대 사상가의 생각과 통찰을 각 주제에 맞춰 목록화했다. 또한 세계적인 석학부터 글로벌 리더, 기업의 중간관리자까지 수백 명을 인터뷰해 그 적용 지점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그는 모호하게 느껴지는 성찰의 과정을 ‘스텝 백’이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단순화하고, 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 문제부터 인생의 중대사까지 개인의 성향과 목적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방법을 제시한다.
바다라코 교수는 이 책 전반에 걸쳐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라’고 설파하며 ‘굿 이너프’ 정신, 다운시프팅, 조각가처럼 생각하기, 멈춤과 평가 등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네 가지 ‘생각 설계법’을 제시한다. 그는 먼저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충 하라’며 ‘굿 이너프’ 정신을 강조한다. 성찰에서는 그래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성찰은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 같은 형태가 아니라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모자이크 성찰’이라며, 각자에게 꽤 효과가 좋은 매일의 성찰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것은 가벼운 산책이 될 수도 있고, 낙서가 될 수도 있으며, 동료와의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멘털 체계를 저단 기어로 바꿔 잠시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다운시프팅을 강조한다. 이는 ‘벨트 버클과 머리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정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생산성 중심의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직장 문제를 비롯해 삶 전반에 걸쳐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조각가가 나무토막을 다듬어나가듯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중심 질문을 몇 가지 설정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본 뒤, 자신의 멘토나 위대한 인물들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하고, 가끔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지내다가 다시 돌아와 다른 관점으로 마주해보는 것이다. 길이 잘 든 홈을 따라서만 생각이 흐르지 않도록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잠시 멈춰 평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첨예한 비즈니스 한복판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에게 특히 유용하다. 저자는 로런스 컬프 주니어 GE 회장, 스티븐 레이먼드 펩시 전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뿐만 현재 유수의 기업 관리자로 있는 인물 100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통찰과 지혜를 담았다. 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살피고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마주하다보면, 독자도 한 걸음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박민희 토네이도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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