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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본능 따르면 값비싼 대가 치른다

등록 2021-12-08 08:59수정 2021-12-08 09:09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 투자의 배신
켄 피셔·라라 호프만스 지음 | 이진원 옮김 | 길벗 | 1만9800원

지난 몇 개월간 한국 증시는 지루한 조정 장세를 이어가며 약세장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에 진입한 초심자들의 행운이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투자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익률 하락과 맞물리면 투자자는 자칫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 결과 큰돈을 잃고 주식시장에서 패배자처럼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된다. 어떻게 하면 불안정한 장세에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성장주의 아버지이자 워런 버핏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필립 피셔의 아들인 켄 피셔는 운용자산이 1880억달러(약 223조원)에 이르는 피셔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월가의 전설’로 불린다. 그는 이번에 펴낸 책을 통해 우리가 충분한 투자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실패하는 이유로 충분히 의심하지 않는 실수에서 원인을 찾는다. 모두가 사실이라 믿는 것을 의심하고, 데이터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성공적인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극단적 움직임

투자의 세계에는 엄청나게 많은 통설이 존재한다. 위대한 거장들의 격언부터 오랜 기간 시장에 머물며 사람들이 깨달은 상식도 포함된다. 이러한 시장의 지혜를 따른다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고상한 수익을 낼 법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만큼의 수익률을 얻기는커녕 훨씬 부진한 수익률에 허덕이는 일이 흔하다. 첨단기술과 정보, 집단지성을 동원하면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압도적 다수의 투자자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 두뇌는 투자에 적합하게 진화하지 않은 탓에 시장을 완전히 오판할 수 있다. 위험이 가장 적을 때조차 오히려 위험이 커졌다고 느끼는 이유가 그렇다. 게다가 인간은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사고하려는 본능 때문에 시장에 장기투자하기가 힘들다. 변동성도 투자를 어렵게 하는 것에 한몫하는데, 아무리 베테랑 투자자라 하더라도 시장의 극단적인 움직임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다.

투자자를 지배하는 미신들

시장엔 많은 미신이 있다. 흔히 채권을 초안전자산으로 여기며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09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가격이 9.5% 하락하며 엄청난 변동성을 보였고, 이때 세계 증시는 30% 폭등했다. 또한 어떤 이는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임이 분명해질 때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증시가 널뛰는 가운데 강세장의 시작을 알리는 정확한 지표는 없다. 오히려 특별한 신호를 기다리다가 초기의 강한 반등을 놓치면 약세장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할 기회조차 놓치게 한다.

최근 인기를 끄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 ETF) 같은 패시브(안정적 수익 추구) 투자는 초보자도 할 만큼 쉽다는 미신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심리적 차원에서 보면 틀렸다. 보통의 투자자는 매매 욕구나 추종 지수를 바꾸고 싶은 욕구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빠른 손절매가 무조건 좋다고 여겨 미래 수익을 스스로 단절하는 행위도 나타난다. 이처럼 투자자는 알게 모르게 미신에 올가미처럼 꽉 매여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투자는 확률 게임

본능을 따르면 편안하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다가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은 우리의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고 복잡한 요인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시장의 통념, 지혜, 상식이라 일컫는 것을 타파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투자는 확실한 게임이 아니라 ‘확률 게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크고 작은 실수를 줄여 계좌가 한번에 망가지는 일을 피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두가 믿는 통념과 상식을 의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시장을 이기는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투자를 하면 된다.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알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이치영 길벗 경제경영1팀 과장 young@gilb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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