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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팀워크로 일군 ‘선박신화’…루마니아 간판기업으로

등록 2006-02-15 18:23수정 2006-02-15 22:23

대형 크레인 건너편으로 흑해가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대우망갈리아조선소 1번 도크에서 대형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서수민 기자<A href="mailto:wikka@hani.co.kr">wikka@hani.co.kr</A>
대형 크레인 건너편으로 흑해가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대우망갈리아조선소 1번 도크에서 대형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서수민 기자wikka@hani.co.kr
“우노, 도이, 트레이…” 국민체조로 아침 열고 “간부들로 춤 배우자” 호흡 맞춰
선박수리 탈피 완성선 진출 인수 9년만에 매출 10배
루마이나 수출 1% 책임져 직원·가족등 3만여명 삶의 질 바꿔

세계를 뛴다/⑧ 임문규 대우망갈리아 조선소 법인장

“우노, 도이, 트레이(하나, 둘, 셋) …”

루마니아 망갈리아의 아침은 춥다. 지붕 하나 없는 조선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침 7시 반,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문규(56) 대우망갈리아조선 법인장의 하루는 직원들과 국민체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5시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도 자동차로 5시간이나 달려가야 하는 이 외진 도시에 동유럽 최고의 조선소를 일군 한국 사람들의 경쟁력은 ‘국민체조’에서 나온다고 임 법인장은 이야기한다.

“조선업은 팀워크가 바로 기술입니다. 철판을 잘라 용접해 배의 모양을 만들고 도색하고, 엔진을 넣고 각종 기계와 내장을 설치하는 일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희가 1997년 이곳에 진출해 가장 처음 한 일이 옥포에서 하던 국민체조를 소개해 팀워크를 다지는 일이었습니다.”

루마니아에서 대우망갈리아조선은 ‘신화’로 불린다. 인수 9년 만에 매출 10배, 유럽 최대의 컨테이너선 조선소로의 변신이 그렇거니와 어느 정도 자리잡은 오늘날까지의 과정이 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마다 임 법인장을 비롯한 한국인 직원들의 땀와 눈물이 배어 있다.

세계를 뛴다
세계를 뛴다
“97년 대우가 인수할 당시 회사 안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도크에는 짓다 만 녹슨 배들이 고철덩어리가 돼 있었고, 직원 4천여명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배를 지어본 것은 20년도 더 된 상태였으니까요.”


대우에 앞서 망갈리아 조선소를 둘러본 외국 기업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옥포의 절반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지만, 대규모의 인력감축과 신규투자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은 한국의 조선산업 노하우와 루마니아의 젊고 저렴한 인력을 접목하기로 마음먹고 매입을 강행했다.

5년이 지나 임 법인장이 부임한 2002년 당시 대우망갈리아조선소는 낡은 배를 고치는 ‘수리선박’으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상태였지만 수익은 미미했다. 수리선박 자체가 부가가치와는 거리와 멀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결단을 내렸다. ‘완성선 분야에 전면적으로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임문규 대우망갈리아 조선소 법인장.
임문규 대우망갈리아 조선소 법인장.
루마니아라는 나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대우’라는 이름에 무작정 기댈 수도 없는 형편이라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2003년 처음 수주한 탱커선은 보란듯이 무조건 최고급으로 만들었고, 납기일보다 일찍 선주에게 건너갔다.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깐깐하기로 소문한 독일 쪽에서 물량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하다 보니 여전히 팀워크가 문제인 거예요. 한국의 조선소 사람들은 술 먹는 것밖에 못하는데 루마니아 사람들은 술도 안 마시면서 춤추고 엄청 잘 놀더라고요. 결국 한국 간부들 모두에게 춤을 배우자고 제안했습니다.” 도장부에서 잔뼈가 굵은 윤영술 이사도, 품질관리 담당 박후용 부장도 작업복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부서별로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 이른바 ‘신바람 경영’의 시작이었다.

지난해는 대우망갈리아조선한테 본격적인 도약의 원년이었다. 2008년까지 10억달러 물량을 수주하면서 ‘2010년까지 한해 매출 5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비전5’에 성큼 다가간 것이다.

오늘날 대우망갈리아조선은 루마니아 전체 수출의 1%를 담당하는 일등 기업으로 자리잡았고, 임문규 법인장은 루마니아 정부에서 귀빈 대접을 받을 정도로 중요한 인사가 됐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한국인 직원들이 이 못지않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직원 4천여명, 협력사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3만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꿔놨다는 것이다.

망갈리아시의 잔피르 이오르구슈 시장은 “대우망갈리아조선은 단 한 사람의 일자리도 없애지 않고, 우리와 문화적 갈등도 거의 빚지 않은 훌륭한 기업”이라며 “이 회사의 한국인 경영진들은 궂은일을 자처하고, 군림하려 하지 않으며, 우리에게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망갈리아/글·사진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대우가 씨 뿌린 투자 ‘제2의 한국붐’ 꽃피워

부쿠레슈티 대우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한 루마니아 고객이 마티즈에 시승하고 있다. 서수민 기자<A href="mailto:wikka@hani.co.kr">wikka@hani.co.kr</A>
부쿠레슈티 대우자동차 대리점 앞에서 한 루마니아 고객이 마티즈에 시승하고 있다. 서수민 기자wikka@hani.co.kr
마티즈 애니콜 휘센등 인기폭발

‘두 달을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마티즈, 석 달 월급을 모아야 사는 애니콜, 부의 상징 휘센…’

내년 유럽연합 가입을 앞둔 루마니아에 ‘제2의 한국붐’이 불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라 1990년대 초반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뜸했던 한국 기업들의 루마니아행 발길도 다시 잦아지고 있다.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유니레아 쇼핑센터’의 한 점원은 “디자인도 연비도 좋은 마티즈는 젊은이들의 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공급이 달리다 보니 웃돈을 주고 마티즈를 사는 젊은이도 있다. 회사원 디아나 블라세(23)는 “엘지전자의 팬”이라며 “텔레비전과 에어컨 등 엘지 제품들은 가격도 괜찮지만 모양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의 이런 ‘한국붐’은 처음이 아니다. 90년대 초반 개방의 길을 선택한 루마니아는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절실하게 필요로 했지만, 선뜻 나서는 외국 자본은 많지 않았다. 이때 손을 내민 것이 세계경영을 표방한 대우였다.

당시 동유럽에서 폴란드, 헝가리 못지않게 루마니아를 중요하게 여긴 김우중 회장은 94년 대우자동차를 시작으로 대우망갈리아조선 등 90년대 루마니아 투자 외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고, 금융업에도 진출해 대우은행을 세웠다. 루마니아 최대 은행인 비시아르의 니콜라 다닐라 행장은 “대우는 루마니아의 첫사랑이었다”며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대우 텔레비전은 첫번째 명품이었고, 대우망갈리아조선은 수천명의 일자리를 지켜준 고마운 투자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저돌적인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불과 2~3년 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한 대우자동차는 20%대의 시장점유율로 자리를 굳혔지만, 현재 채권단에 의해 매각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며, 대우은행은 이미 매각됐다.

반면 뒤늦게 진출한 삼성이나 엘지 등은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충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루마니아 지사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고, 에어컨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엘지전자 역시 엘시디 텔레비전 등의 판매에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트라이안 버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이 방한하며 한국과의 정보통신 분야 협력을 약속하는 등 양국 간의 협력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가고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 기업들에 주요 투자국 자리를 내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총투자 규모(지난해 5월 현재 3억1천만달러)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앞서는 큰손이다.

윤주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부쿠레슈티 무역관장은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인구가 7번째로 많은 나라여서 내수시장 규모가 작지 않고, 임금이 유럽 최저 수준임에도 노동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루마니아에는 대우망갈리아조선, 루마니아대우자동차, 대우일렉트로닉스 외에도 삼성물산의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인 삼성오텔리녹스, 엘지전자 등이 진출해 있으며 200여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부쿠레슈티/글·사진 서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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