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고령화·불평등화·디지털화의 저 너머…‘극한 경제’를 보러 가다

등록 2022-01-06 08:59수정 2022-01-06 09:40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 2030 극한 경제 시나리오
리처드 데이비스 지음 | 고기탁 옮김 | 부키 | 2만2천원

코로나19 대유행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 전 인류를 ‘극한’으로 몰아넣으며 경제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전 지구적 위기가 언제든 또다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뒤, 인류의 일터와 일상을 위협하고 파괴할 수 있는 어떤 극한의 도전이 찾아올까? 극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떤 지혜와 역량을 갖춰야 실패를 피하고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영국 런던정경대학 경제학 교수 리처드 데이비스는 그 답을 찾아 극한 경제 여행에 나선다. 4대륙 16만㎞를 가로지르는 여정에서 저자는 최선의 성공을 거둔 곳(아체·자타리·루이지애나), 최악의 실패를 겪은 곳(다리엔·킨샤사·글래스고), 최첨단 미래를 달리는 곳(아키타·탈린·산티아고)을 방문한다. 이 극한의 여행지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교훈과 통찰을 얻기 위해서다.

초고령화 , 초디지털화 , 초불평등화

저자는 앞으로 몇십 년간 경제를 좌우할 중요한 추세로 ‘고령화’ ‘디지털화’ ‘불평등화’ 세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추세는 불평등화일 것이다. 197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악명 높은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극단적인 자유시장 경제를 도입해 모든 공공부문과 산업의 민영화, 각종 규제 철폐, 정부 축소를 단행한다. 그 결과 칠레는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이 “경제 기적”으로 칭송하고 국제통화기금과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입을 모아 본받으라고 권하는 나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자 ‘선진국’으로 올라선다.

그러나 급성장 신화의 이면에는 상위 10%가 국가 소득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하위 90%가 50% 미만을 나눠 가지는 초불평등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화장지부터 닭고기, 버스, 신문, 의료 등까지 각종 재화와 서비스 시장을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기회균등을 보장한다는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질은 형편없다. 받을 수 있는 교육과 학업 성취도가 소득수준에 따라 엄격히 나뉘는 계층 서열화된 시장을 이룬다. 나아가 부자와 빈자는 공원 등 이용하는 공공시설마저 구별된다. 더 큰 문제는 극심한 불평등화를 동반한 성장이라는 칠레 방식이 빠르게 국제 표준이 돼간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 전자정부와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으로 ‘초디지털화’를 선도하는 에스토니아의 탈린은 대량 실업의 우려, 디지털 격차(정보 격차)로 인한 불평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50살 이상이 인구 절반을 넘어 ‘초고령화’의 극한인 일본의 아티카는 정부 재정 압박, 노소 갈등, 마을 소멸, 지역 시장과 민주주의 붕괴 등의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는 조만간 맞닥뜨릴 이런 추세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극한의 성공과 실패 속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인도네시아의 아체는 2014년 끔찍한 지진해일로 초토화됐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재건에 나서 생존하고 회복하고 심지어 경제가 성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록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물질적 자산은 모두 잃었지만 사람들의 기술과 지식, 생각과 노력은 온전히 남았기 때문이다. ‘인적 자본’이야말로 극한의 위기에 맞서는 인간 회복탄력성의 비밀임을 아체는 입증해 보였다.

영국의 글래스고는 한때 “현대의 로마”로 불리며 세계를 주도하던 혁신 도시였지만 한순간에 산업이 파탄 나면서 최악의 실업률과 조기 사망률을 기록하는 도시로 전락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사회적 자본’의 상실이 한 요인이었다. 에밀 뒤르켐은 “사회 통합” “정신적 상호 지원”의 부재가 자살을 낳는다고 통찰했으며, 로버트 퍼트넘은 이탈리아 연구에서 “사회적 자본” 유무가 북부 이탈리아의 발전과 남부 이탈리아의 쇠퇴를 갈랐음을 밝혀냈다.

공식 경제는 흔히 물질적 자본과 금융자본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극한 사례들에서 보듯 앞으로 닥칠 도전에 대비하려면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 등 비공식 경제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유시장경제든 계획경제든 경제란 결국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한경 부키 편집자 sunghk@bookie.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