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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포스코의 파격 배당 약속…주주 울린 ‘가짜 당근’

등록 2022-03-05 09:10수정 2022-03-05 09:20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30% 배당 약속 깬 포스코

‘이익 30% 배당’ 공시 뒤 약속 깨
이익 급증에 배당 늘자 선회한 듯
공시에 “종합적 고려” 밝혔지만
일부 주주들 “의도적 기만 사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내걸린 안내문. 포스코그룹은 지난 2일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키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내걸린 안내문. 포스코그룹은 지난 2일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키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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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대기업이 이익의 30%를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주주서한에서 이를 확언했다. 이 회사는 20여일 뒤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안건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 주총일 안건은 통과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배당 공시를 했다. 30% 배당은 온데간데없었다. 한달도 채 못 되어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회사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당은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어제 한 약속을 오늘 뒤집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빠져나갈 구멍’ 열어놓은 배당 정책

최근 들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개 3년 동안의 배당 정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씨제이(CJ)제일제당은 2021~2023 사업연도에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으로 집행하겠다고 한다. 삼성에스디아이(SDI)는 2022~2024 사업연도에는 ‘주당 1000원’에 더하여 연간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의 5~10%를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믿을 수 있을까? “공시는 투자자들에 대한 공개약속인데 못 믿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포스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회사는 2020년 1월말 처음으로 중기(2020~2022 사업연도) 배당 정책을 공시했다. 해마다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하겠다고 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며 일회성 비용은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자.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 지분을 60%나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배기업이라 불린다.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1000만원과 200만원이라고 해보자. 포스코가 작성하는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두 회사 간 거래가 없다고 가정)은 1200만원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 주주(지배주주)의 몫은 얼마일까? 포스코가 창출한 1000만원은 온전히 지배주주의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이 창출한 200만원 중에는 지분율(60%)만큼만 지배주주의 몫이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지배주주 몫, 즉 지배주주 순이익은 1120만원(1000만원+120만원)이 된다.

지난 1월5일 포스코는 공시에서 “2022 사업연도까지는 지배주주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지급할 것”이라 밝혔다. 2년 전 공시했던 중기 배당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최정우 회장까지 가세했다. 그는 같은 날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연결배당성향 3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라도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포스코는 결국 주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1월28일 발표한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은 6조6170억원. 전년(1조6000억원) 대비 4.1배 증가한 사상 최대 이익이다. 회사가 올해 초 공시하였고 시이오가 확언한 대로라면 총배당금은 1조9800억원이 되어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분기배당으로 이미 9075억원을 집행했다. 이번에 결정된 기말 배당금은 3781억원이다. 둘을 더하면 2021 사업연도 총배당금은 1조2800억원 남짓이라는 이야기다. 연결배당성향으로 19.4%에 불과하다. 30% 기준 주당 배당금은 2만6200원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 지급액은 1만6900원이다.

그럼 19.4%라는 숫자는 맞을까? 포스코가 배당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재무제표 지배주주 순이익에서 일회성 비용을 조정(제외)한 수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재무제표 수치를 기준으로 한 단순 연결배당성향은 47.3%, 43.7%, 38.7%다. 이 기간 조정배당성향은 25.5%, 31.6%, 34.2%다. 단순치에 비해 4.5%~21.8%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분자(배당 지급액) 대비 분모가 되는 지배주주 순이익을 보면 재무제표 숫자보다 조정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니까.

이렇게 본다면 2021 사업연도 실제 조정배당성향은 19.4%보다 낮을 것이 확실하다. 어느 정도 낮아질지 외부에서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가 공시되면 재무제표 주석 정도는 살펴봐야 추정이 가능하다. 포스코는 이렇게 해명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배당 정책 공시를 자세히 보면 결산배당은 중기 경영계획,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라 밝혀놓았습니다.”

공시에 포함된 이 문장이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난 1월5일 공시와 주주서한에서 30% 배당을 확언하고 강조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공시된 포스코 3분기 보고서를 보면 누적기준(1~9월) 지배주주 순이익은 5조1188억원이다. 전년동기(9011억원) 대비 5.7배나 증가한 수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실적 흐름과 주주환원 공시를 믿고 지난해 포스코 주식을 샀을 수도 있다.

30% 약속은 못 지켰지만 2020년(주당 8000원) 대비 2021년(주당 1만7000원) 배당금이 2배가 넘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어떤 애널리스트는 이익이 너무 급증하여 30% 배당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배당이 크게 증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도 한다.

포스코 입장에서 이익 급증에 따른 배당비율 산정은 현실적으로 고민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배당성향 약속을 안 지켰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이다. 일부 주주들은 의도적으로 주주를 기만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주주 신뢰 되찾을 방법은

포스코는 주주들이 회사의 배당 정책과 의지를 믿게끔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 가만히 있다가 약속을 어긴 게 아니다. 의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부 주주들은 물적분할 안건을 다룰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것으로 본다. 애초부터 30% 배당 의지가 없었는데도 표심 확보에 배당을 유용하게 써먹었다는 주장이다. 포스코 소액주주 지분율은 75%가 넘는다. 기업분할안처럼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안건을 소액주주 지원 없이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는 이날 안건이 주총에서 의결된 뒤 실적과 함께 배당 공시를 했다.

포스코는 주주가치 유지와 제고를 명분으로 지난 2020년 1조원어치의 자기주식 매입 결정을 내렸었다. 현금 여력이 별로 없던 시점이다. 이랬던 회사가 배당 약속을 순식간에 뒤집어놓고 대충 뭉개려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월 한달 새 배당에 대한 회사 입장이 왜 달라졌는지 지금이라도 포스코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고 주주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국제경제전문 미디어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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