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야기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2004년 미국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탄생한 대학생 인맥 쌓기용 앱이 어떻게 세계 최대 소셜 제국으로 성장하는 성공 신화를 쓰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명과 암, 공과 과를 초래했는지 낱낱이 추적하고 해부해 파헤친 대작이다 .
오늘날 ‘삶의 일부’가 돼버린 이 거대한 소셜 플랫폼 덕분에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발언권과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 . 사람들은 연결과 공유를 표방하는 열린 공간에서 서로 허물없이 소통하고, 웃기는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퍼뜨릴 뿐 아니라 물건을 사고팔고, 정치운동을 조직하기까지 한다 . 그리고 이제 ‘메타’로 이름을 바꾼 이 기업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선도하며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데려가려 한다 .
이와 동시에 페이스북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 집단따돌림과 괴롭힘,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 유포, 음모론과 증오 발언 만연, 자살과 살인 생방송, 독재와 학살에 악용, 폭력과 테러 조장, 선거 개입, 개인정보 유출,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서 보듯 페이스북은 또한 너무나 두려운 존재다 .
어째서 페이스북은 가장 유익하고 사랑받는 기업에서 가장 해롭고 사악한 기업으로 전락했을까 ?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결정타였다 .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비주류 미디어로 취급하며 무시했다 . 반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진영은 전문가를 동원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페이스북을 디지털 선거운동의 핵심으로 삼았다 . 트럼프 쪽은 페이스북이 파견한 여러 상주 인력에게서 전문 조언을 받아 광고효과를 극대화했다 . 또한 모든 광고를 실험하고 채점해 어느 집단이 어떤 광고에 반응하는지 알아냈다 . 하루 만에 광고 1개에 17만 5천 가지의 변형을 시도하는가 하면, 여러 광고대행사를 하루 단위로 경쟁시켜 날마다 최고의 광고를 뽑아내게 했다. 어느 지역에 무슨 이슈가 가장 잘 먹히는지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연설을 실시간 수정하기도 했다 .
트럼프 진영은 이처럼 연령, 성별, 지역, 인종, 거주지, 종교, 관심사, 집단별 호응 메시지 등을 기반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로 맞춤 타깃 광고를 진행해 디지털 선거전에서 힐러리 쪽을 압도했다 . 또한 친트럼프, ‘안티 힐러리’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을 도배하고 뉴스피드 상위권을 휩쓸도록 해, 공유 건수와 조회수에서 주류 언론 기사를 압도했다 . 이 모두는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의 전문 컨설팅, 마이크로타기팅 도구, 선정적 콘텐츠 우대 경향 덕분에 가능했다 .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 플랫폼 구실을 한 것과 더불어 , 페이스북은 두 가지 대형 스캔들에 연루됐다 .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사상 최대 개인정보 유출이 그것이었다 .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 격인 러시아정보총국 산하 공작 부대는 스피어피싱(특정한 개인들이나 회사를 대상으로 한 피싱 공격) 해킹으로 민주당 선거본부 인사들의 전자우편을 탈취해 언론에 흘렸다 . 아울러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해 친트럼프 , 안티 힐러리 게시물을 퍼뜨렸다 .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선거 기간에 러시아로부터 도움받았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
한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치컨설팅 업체는 페이스북 외부 개발자에게서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사들여 트럼프 진영에 제공했고, 트럼프 쪽은 이를 유권자 타기팅에 활용했다 . 페이스북 계산에 따르면 이 숫자는 무려 8700만 명에 이르렀다 .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투표했어요’ 단추를 만들어 시민 참여를 촉진해 호평받았다 . 2010년대 초 ‘아랍의 봄’에선 자유를 가져다주는 힘으로 칭송받았다 . 발언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립자)의 이상이 실현되는 듯했다 . 그러나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의 온상이자 프라이버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악당으로 추락했다 .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페이스북은 좋든 싫든 전세계 표현의 결정권자라는 막강한 위치에 스스로 올라섰다 . 콘텐츠관리는 지금처럼 아웃소싱하거나 장차 인공지능에 맡길 수는 있다 . 그러나 자신들이 창조한 소셜 세상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한 책임은 아웃소싱할 수 없다 .
성한경 부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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