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장밋빛 필터에 가려진 인플루언서의 민낯

등록 2022-04-07 08:59수정 2022-04-07 09:19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 인플루언서
볼프강 M. 슈미트·올레 니모엔 지음 |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1만6천원

오전 8시 , 모두가 출근 준비로 바쁜 이 시각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릴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아침 공복에 체중계에 올라가고 웬만한 카페 못지않은 브런치를 뚝딱 차려내고 카메라 앞에서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콘텐츠로 만든다 .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조차 그 모습을 사진 찍어 올린다 . 이렇게 자신의 모든 일상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얻으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인플루언서는 존재 자체가 살아 있는 광고판이기 때문이다 . 인플루언서를 흔히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에서 칼럼니스트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들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 해도 모두가 인플루언서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이들 모두를 인플루언서라고 한다면 특별히 인플루언서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 2007년 무렵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콘셉트로 각종 상품을 홍보하는 콘텐츠 (사진 , 동영상 , 텍스트 등 )를 만들어내는 SNS 스타’를 의미한다 .

디지털 시대의 최고 권력자

광고가 시장에 등장한 이래 소비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광고를 봐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는 광고가 위기를 맞고 있다 . 텔레비전(TV) 광고와 달리 온라인 광고는 애드블록 기능으로 건너뛰기가 가능해졌다 . 이에 비해 인플루언서의 광고에는 애드블록 기능을 적용할 수 없다. 콘텐츠에 광고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 팔로어들은 제품으로 완전무장한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되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엿본다 . 그들에게 인플루언서의 광고는 중간에 난데없이 끼어든 훼방꾼이 아니라, 보고 싶고 즐기고 싶은 하나의 콘텐츠다 .

언뜻 보기에는 기존 광고 기법을 사용하는 듯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같은 증언 광고라고 해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 연예인이 제품을 광고해도 실제로 쓰는지 안 쓰는지 대중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실제 일상 속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긴다 . 식사 전에 이너뷰티 제품을 먹고, 잠들기 전에 팩을 하며, 제품과 자신을 어떻게든 연관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광고계의 새로운 꽃이 됐다 .

친절하고 다정한 우리의 이웃

그러다보니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한 인플루언서를 규정하는 가장 큰 특징은 ‘돈벌이’다. 그들의 시작은 돈벌이가 아니었다 . 여기서 인플루언서의 진화 과정을 2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 1단계는 순수한 목적으로 영상을 올리다가 수천~수만 팬을 거느리게 된 온라인 스타들의 등장이다 . 2단계는 이후 그들에게 팬덤이 생기고 협찬이 들어오면서 일상에서 이런저런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드는 인플루언서로 진화하는 것이다 .

1단계를 거쳐 2단계로 온 이들은 돈벌이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 수많은 팔로어를 호령하며 2단계로 바로 진입한 이들은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계산기를 두드린다 . 알맹이 있는 콘텐츠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자기 자신, 일상, 외모, 소비 따위로 콘텐츠의 폭을 제한한다 .

팔로어에게는 이런 모습을 철저히 숨긴다. 소비자가 단순 제품 광고인지 실제 사용 후기인지 구분할 수 없게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팔로어에게 위화감이나 거리감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 예전 스타들은 팬에게 그야말로 ‘별 ’이었다 . 이에 비해 인플루언서는 팬이 자신을 대등하게 느끼도록 한다 .

인플루언서에게 팔로어는 ‘친구’다. 친구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물어보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쓰는 제품인데 너무 좋다며 광고 계약을 한 제품을 추천한다 .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마무리 멘트와 함께 . 부모가 아이에게 할머니 댁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갈 거야 , 안 갈 거야 ? ‘알아서 잘’ 결정하렴”이라며 선택권 아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 인플루언서가 팔로어에게 말하는 선택의 자유는 광고주의 이익에 맞게 재단된 자유, 플랫폼이 설정해놓은 알고리즘 안에서의 자유일 뿐이다 .

인플루언서도 결국 자본주의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다 . 자본주의의 논리와 알고리즘 속에 발버둥 치는 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목격함으로써 그들에게 열광하는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고, 인플루언서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통찰을 얻기 바란다 .

김효선 미래의창 과장 ssun_0317@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