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국적기업에 대한 최저한세 제도와 유사한 ‘국제탄소가격하한제’(ICPF, International Carbon Price Floor) 도입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탄소세 도입도 신중론을 펴는 것에 견주면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국제 사회에선 정책 아이디어가 분출하는 모양새다.
탄소가격하한제 도입에 따른 각 국별 탄소배출 감소 추정치. IMF 제공
아이엠에프는 17일 발표한 ‘국경을 초월한 조세정책 협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1850~1999년 평균 기온에 견줘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묶기 위해선 국제탄소가격하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는 탄소배출 t당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75달러, 중국 등 신흥국은 50달러, 저개발국은 25달러의 부담을 지우자는 구상이다. 2020년 현재 세계 평균은 t당 4달러 수준인 점을 염두에 두면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아이엠에프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이 2030년엔 2020년(약 330억t)에 견줘 20% 이상 줄 것으로 예상했다. 비토르 가스파르 아이엠에프 재정담당 국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탄소가격하한제는 탄소배출
탄소가격하한제 도입에 따른 각 국별 탄소배출 감소 추정치. IMF 제공
을 줄이고 (기업의) 경쟁력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한 세수 증대는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혜택을 받도록 쓰여야 한다”며 “서둘러 도입해야할 제도”라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탄소중립 계획과는 거리가 있다. 인수위는 지난 12일 발표한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통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폐기와 함께 탄소세 도입 신중론을 밝혔다. 국제 사회가 탄소 배출 부담을 늘리려는 움직임과는 달리 인수위의 방안은 탄소 배출이 적거나 없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늦추고 탄소배출 부담도 완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법인세 세수 증가 전망치. IMF 제공
또 아이엠에프는 이 보고서에서 지난해 137개국의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합의에 따라 내년부터 디지털세가 실행될 경우 글로벌 법인세 세수가 연간 13.8%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합의에 포함된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효과다. 최저한세란 기업들에 물리는 최저 세율을 15%로 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의 세부담은 늘고 각 국의 감세 경쟁도 중단되면서 나타나는 증세 효과를 아우른 추산이다. 가스파르 국장은 “탈세와 조세 회피에 따른 사회적 지출이나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세수 손실은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며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세, 공정한 탄소 배출 부담 등을 위한 국제적인 조세정책 협력은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