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1~20일 수출액(362억85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9%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수입액(414억8400만달러)로 25.5%나 급증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51억9900만달러 적자였다. 월간 기준 무역수지 흐름을 보면, 지난해 12월(적자 규모 4억5천만달러) 20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 들어선 2월 한 달 만 빼고 1, 3월 모두 적자였다. 장기간 이어지던 무역흑자 흐름이 최근 수개월 새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무역적자 흐름은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 탓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매우 큰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터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무역흑자 규모가 줄거나 적자로 반전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던 2008년에도 5월과 10월, 12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였다.
구체적으로 이달 들어 20일까지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원유 68억7500만달러, 천연가스 19억1천만달러, 석탄 14억900만달러로 모두 101억94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원유는 82.6%, 가스와 석탄은 각각 88.7%, 150.1% 증가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같은 기간 물량 변화는 크지 않지만, 가격 상승이 수입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석유공사 페트로넷 자료를 보면, 국내 수입 비중이 큰 원유인 두바이유 값은 지난해 4월 배럴당 평균 62.9달러였으나 이번 달에는 102달러를 웃돌고 있다. 석탄 가격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난달 t당 400달러(호주 뉴캐슬산)를 웃돌다 이달에는 250달러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지난해 4월에 견주면 두배 이상 비싸다. 천연가스(헨리허브 기준) 가격도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올랐다.
무역적자 압력을 높이는 또다른 요인은 점차 어두워지는 수출 전망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무역 규모 증가율을 지난해 10월 전망(6.7%)에서 크게 낮춰잡은 5.0%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처도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이달 20일까지 대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2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웃도는 등 원화 가치 하락도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뀌면서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으로 수출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환율 변화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4월은 물론 6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연간 기준 무역적자를 낸 경우는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133억달러 적자)이 유일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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