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주식, 코인, 지식재산권(IP) 투자까지 ‘돈을 모으는 법’은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로 자리잡을 정도로 돈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찬 세상이다. 돈에 대한 균형을 잡고 싶은 마음에 <아이리시 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한 저자 코너 오클레어리가 쓴, 성공한 억만장자 창업가에서 부를 벗어던진 ‘척 피니’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누구나 한 번쯤 성공한 삶을 꿈꿔본 적 있을 것이다. 척 피니는 아일랜드계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그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상세한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척 피니는 어릴 때부터 돈 버는 법을 알았다. 그는 늘 주변을 살피고 지금 이곳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고, 그것을 어떻게든 돈벌이와 연결했다. 그는 돈 벌 기회를 발견하면 샌드위치 판매, 우산 판매 등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할지 결정되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움직이는 행동력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경제 대공황의 먹구름이 걷히고 세계 전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었던 그는 망설임 없이 프랑스에 갔다가 새로운 돈벌이를 만난다. 바로 유럽산 술을 면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이 세계적인 면세 체인 ‘디에프에스’(DFS)의 시작이었다. 이후 면세품 시장의 전망을 확신한 그는 과감하게 하와이, 홍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해 DFS를 세계적인 사업체로 키웠다. 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23위에 올랐다.
척 피니의 또 다른 별칭은 ‘아름다운 부자’ ‘기부계의 제임스 본드’이다. 젊은 시절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공한 그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지만, 그의 삶 전체를 이야기할 때 그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그의 진짜 이야기는 부의 축적 이후다. 그에 대한 찬사는 그가 맨손으로 일군 거대한 부가 아니라, 이를 이룬 뒤 그가 보인 남다른 행보에 향한다.
그는 돈 버는 것을 좋아했지만, 늘 ‘나는 이토록 많은 돈을 가질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재산과 비례해 책임감을 느꼈다. 자신만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다른 이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다면 그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 재단을 설립하고 비밀리에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기부하지 않고, 대학과 의학 연구센터처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기부란 단순히 돈을 지원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후 생전 기부에 대한 본보기를 세우려면 기부를 공개해야 함을 느껴 책 출간을 허용했으며, 국내외 신문과 방송사 등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공개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세계적인 부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 서약’과 다른 부자들의 기부로 이어졌다.
“억만장자, 생전에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38년 만에 달성하다!” 2020년 9월14일, 영구 비비시(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포브스>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들이 대서특필했다. 척 피니가 드디어 생전에 가진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이룬 것이다.
전 재산을 기부한 그는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이코노미석을 탄다. 값싼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얼마나 좋은 차를 타고 얼마나 비싼 옷을 입느냐가 행복의 척도가 된 지금, 그를 보면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만이 행복한 삶일까 되돌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부는 부패한다. 부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낳는다”라며 “척 피니는 1달러의 가치를 알고 일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 책을 통해 노동의 가치, 가치 있는 돈의 사용, 진정한 부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류다형
가나출판사 편집장 ykm00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