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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장 공포 분위기지만 ‘냉정한’ 희망을 가질 만하다

등록 2022-06-04 09:00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l 금리인상기의 투자전략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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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로부터 ‘힘들다’는 말을 듣는다면 주식에 물렸겠거니 지레짐작하는 나날이다. 2년간 불붙었던 매수 심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시시각각 헤지전략을 실행하는 기관과 달리 개미투자자는 포기전략(손절) 또는 회피전략(계좌 앱 삭제)을 힘겹게 사용할 뿐이다. 공포 분위기가 시장 전체를 짓누르는 가운데 개미들이 회사별로 옥석을 가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국제정치적 이슈까지 결부된 거시경제의 예측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거에도 예측할 수 없는 공포는 항상 있었다. 역사적인 공포 상황에서의 수치를 살펴보며 투자자가 ‘냉정한 희망’을 가져봤으면 한다.

세계가 유사하게 겪는 위기이므로 편의상 나스닥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본다. 2022년 5월12일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30%를 기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버블(거품)이라고 논할 수준은 지났다고 볼 수 있다. 개별 주식의 하락폭이 한 증거다.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한 알리바바(-72%), 팔란티어(-82%), 니오(-78%) 등은 큰 폭의 하락을 기록 중이다. 중소형 성장주의 집합체인 ARKK ETF도 -72%를 기록했다. 중소형 성장주 시장에선 사실상 닷컴 버블 수준의 하락이 이뤄졌다.

닷컴 버블 수준으로 이미 하락

단순히 개별 중소형주의 하락폭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버블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기업 순이익 대비 주가배수가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있는 PER(주가수익비율) 지표도 20 초반을 기록하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스피 또한 PER가 10 이하로 떨어져 장기 평균 PER인 10.1배보다 하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통제 불가능한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중국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기 하강과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유로존 위기 가능성,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플레이션 수치는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급격하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런 걱정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우려로 더 증폭된다. 2021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못박았다. 지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불과 1년 만이다.

이에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도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 2022년 5월 초에 있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단적인 예다. 미 연준은 50bp(1bp=0.01%포인트) 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시장의 우려와 달리 급진적인 인상은 없을 거라고 했다. 이에 시장은 반색했으나 바로 다음날, 연준의 행보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 속에 전날 상승분을 전부 반납한 것도 모자라 나스닥은 5% 하락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지금과 비슷한 위기의 과거 상황을 살펴보며 우리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어슴푸레 짐작해볼 수 있다. 1970년 이후 고점 대비 50% 이상의 하락은 1970년대 초 베트남전쟁, 금본위제 폐지, 오일쇼크(석유파동) 등으로 인한 하락(약 60%),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하락(약 75%), 글로벌 금융위기(약 50%) 때 있었다.

닷컴 버블은 지금과 비할 바가 아니다. 닷컴 버블은 정보기술(IT) 산업의 장밋빛 미래에 심취해 아무 기업에나 투자금이 몰렸던 시기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혹자는 빅테크 주가가 버블이라 하지만, 빅테크는 매 분기 새로이 수익 신기록을 내고 있다. 게다가 지금 투자자들은 기업의 성장세에 의문이 생긴다면 냉정하게 판단한다. 최근 중소형 기술주들은 고점 대비 70~90% 하락한 것이 다수이며, 이른바 ‘팡’(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일원인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마저 향후 성장성에 의문이 생기자 반토막 넘게 하락했다. 그만큼 시장은 버블에 대한 자정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위기와 다른 점

1970년대 초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하락은 살펴볼 만하다. 1970년대 초의 하락은 혼란에서 기인한다. 전후 20여 년간 최강국이던 미국은 냉전과 베트남전쟁 등을 수행하며 계속 달러를 찍어내고 있었다. 이에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등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됐고, 비슷한 시기 터진 1차 오일쇼크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심화했다. 미국의 최강국 지위가 흔들리고 냉전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이 넘치며 인플레이션이 20% 넘는 시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시장 붕괴 등 실물 위기가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파생상품 투자로 말미암아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된 것이었다. 현재 파월 의장은 금융시스템의 레버리지에 자신감을 보이고, 금융위기 이후 바젤 규제 강화 등 시스템 안전장치는 지속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전쟁, 중국 봉쇄 등 실물 문제가 금융시스템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과거 위기보다 현재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전쟁이 확대돼 또 다른 신냉전 시대를 연다거나, 중국 봉쇄가 장기화돼 영구적인 수요 충격과 공급망 훼손 등을 예상하는 것은 과도한 두려움이 아닐까. 시장을 좀더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면, 전쟁은 결국 끝나기 마련이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는 풀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폭은 제한되고, 공급망은 점차 안정될 것이다.

‘버블’ 단계를 벗어났는지에 대한 필자의 앞선 의견에 동의한다면 최소한 도망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개미로서는 숏포지션에 베팅했던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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